[여기서 살아보니] “자녀교육 고통 ...‘외국인 대접’ 못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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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아보니] “자녀교육 고통 ...‘외국인 대접’ 못벗어나”
  • 아르헨티나 방종석
  • 승인 2005.09.15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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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방종석

△1957 경북 경산 생 △부산상고 졸 △부산은행 입행 △제20대 한인회 기획 부회장 △민주평통 11, 12기 간사
1998년 2월14일 김해공항. 아르헨으로 이민길에 오르는 우리 가족을 배웅 나온 지인들의 눈에는 눈물이 배어 있었다. 18년간 근무한 괜찮다는 직장을 뒤로하고 신천지로 향했다.

이민초기에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갈 작은 놈을 무작정 이 나라 학교에 입학을 시키려고 하니 말 한마디 못하고 선생이 묻는 말에 대성통곡 울던 일, 큰 놈이 며칠간 배우던 이 나라말이 어려웠던지 밤에 자면서 헛소리를 하고 악몽에 시달렸다고 하소연 할 때 부모 된 도리가 아닌가 싶어 몹시 미안한 감이 들었다. ‘꿈속에서 사람들과 짐승들까지 다 이야기 하는데 나만 말을 못해서 어울릴 수가 없었다’고 하던 큰 놈을 붙잡고 ‘우리 한국으로 갈까?’하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한국에서 화이트칼라 생활을 하던 사람은 적응이 어렵고, 재산을 남겨두고 온 사람은 성공을 못 한다’는 이민사회의 불문율 같은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인 양 귓가에 맴돌았었고, 그러는 사이 어영부영 이민생활의 시간은 조국에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이민생활 7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후회도 미련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이제는 ‘살아야만 하는’ 이곳에서 서서히 정을 붙이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이 나라 이민 1.5세대 젊은 친구가 감독을 맡아 제작한 영화 ‘Do u cry 4 me Argentina?' 라는 영화에서 한 주인공의 대사가 생각난다. ‘우리 부모님이 이민가는 것은 다 너희들 잘되라고, 공부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매일 죽자 살자 일만하고 있다’는 그 말이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식들 공부를, 미래를 위해서 이민 간다고 하는 부모들의 뜻대로 1.5, 2세대들의 장래가 그들이 태어난 조국에서 보다 밝다는 확신은 사실 없다. 우선 생계를 위한 일거리를 찾아야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정착할 때까지는 부모도 자식도 상당한 고통스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자연히 현지 언어에 적응이 빠른 애들을 앞세워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자식들의 공부는 결국‘네가 알아서 해라’로 되고 만다.

이민생활의 성공은 현지 언어를 얼마나 구사하느냐가 상당한 척도 역할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모국 같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해결 할 수 있는데 이민지에서는 쉬운 문제인데도 그냥 넘어가고 만다. 물어보고 해결 할 수 없다는 이민자들의 자포자기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리 말을 잘 한다고 해도 절대 현지인과 동등한 생활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지인들과 섞여서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결국 차별받는 외국인 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지어에 능통하고 현지인들과 어깨를 겨룰만한 경우에도 대부분이 그들의 모국어가 제2의 외국어가 되어버리는 상태가 된다. 이런 현실을 이민자들에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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