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세들에게 들려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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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세들에게 들려줄 이야기
  • 미주한국일보
  • 승인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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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2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부모들의 얘기가 “우리 어릴 때는 먹을 게 없어서” “갖고 놀게 없어서 이랬는데 너희들은” 등등 이라고 한다. 항상 이런 얘기 다음에는 “너희들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그것도 못하느냐” 나무람 같은 얘기가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들로서는, 없고 살기 힘든 세월을 지나고 느끼는 감회가 어떤 때는 회한이 되어 자식들의 노력이 마음에 차지 않을 때 한탄이 나오기 쉽지만 이런 얘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대신 한인부모들이 들려줄 수 있는 교훈 섞인 좋은 얘기들이 있어 소개할까한다.

우리의 2세들이 유명한 회사에 취직해서 출장을 갔는데 그날 가장 큰 걱정이 그날 밤 어디에서 자야할지 모르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동양인이라서 타운 어디에서도 잠을 재워주지 않는다면. 세일즈를 해야 하는데 그 동네에서의 편견과 적대감으로 신변의 위협을 항상 느껴야한다면. 이런 환경에서 그래도 성공에 대한 집념으로 오일 자이언트 엑손의 3인자의 자리에까지 오른 제임스 에버리의 얘기가 비슷하다.

호텔스쿨로 유명한 코넬대학에서 공부를 잘하고도 유명호텔에 취직한 친구들이 VP가 될 때까지 조그만 레스토랑 매니저를 하고 지낸다면 어떨까. 그이유가 소수계란 차이 때문이라면. 똑같은 수준의 책임과 업무량에도 다른 사람이 갖는 타이틀에 “차석”이란 꼭지가 붙고, 봉급도 3분의 일이 적다면. 늦게 시작했지만 매리엇 호텔의 수석부사장까지 오른 제임스 워드가 경험한 일들이다.

우리의 2세가 보험의 톱 세일즈 업적을 달성했는데 동양인이라서 회사전체의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는 사장 상을 회사에서 못주겠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회사에서 부사장까지 되고도 수하의 백인 매니저들이 소수계 보스아래서 일 하는 게 창피하다며 관례를 벗어난 무례를 계속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에퀴터블회사의 수석부사장까지 오른 다윈 데이비스의 얘기가 이렇다.

독자들이 짐작하셨겠지만 여기에 든 예들은 성공한 흑인 경제인들이 겪어야했던 인종차별의 경험들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미주류사회에서 성공하고 다른 한인들의 길을 터주는 역정에는 물론 소수계로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위에 간략히 적은 흑인들의 어려움에 비하면 어떤 어려움도 참을 수 있는 정도란 걸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요즘의 또 차세대 한인들은 다행스런 시대에 괜찮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된 셈이다.

한인2세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해서 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류사회의 활동이 편하지 않아서 포기하려하거나, 쉬운 일로의 유혹이 생기는 경우에 읽어볼 것들 중에 흑인 경제인들의 눈물어리지만 성공한 역정을 적은 이야기들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민1세대에서도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너는 왜 못하느냐” 하는 얘기는 자식들에게 그만 해야 될 때가 되었다. 이 세상의 어려운 것에는 잘 먹지 못하는 것도, 사고 싶은 것을 못사는 것도 있지만, 인종 때문에 오는 차별감을 겪어 나가야하는 것도 있다.

“내가 고생한 덕분에 너희들은 좋은 세상에서 산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 이 시간부터 그런 생각은 버리시는 게 본인이나 자식들을 위해서 좋다. 이민1세대는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을 2세들은 겪고 있고 그 어려움은 1세대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열(페이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