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쓰나미 상가(商街) 아닌 상가(喪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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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쓰나미 상가(商街) 아닌 상가(喪家)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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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시장의 한인동포 상인들은 대부분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라도 비즈니스가 정상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 계속되는 적자에다 새장소 물색도 쉽지 않아 그저 막막하기만 실정이라고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곳곳에 주상복합 건물이나 콘도미니엄 개발이 진행중이다. 특히 한인동포들의 부동산 선호 취향 때문인지 개발은 한인타운 인근에 더 많이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 완공된 6가와 베렌도 코너의 주상복합 건물은 분양되자마자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고 현재 건설중인 6가와 마리포사 에퀴터블 빌딩 주차장의 신축 상가에도 몇 만불의 프리미엄을 주어야 계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620 S. Gramercy의 아파트도 콘도로 개조하려는 개발업자와 거주하고 있는 한인 입주자 간에 법적 소송까지 사건이 확대되었다. 아마 한인타운의 콘도와 주상복합 건물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되어 있는 모양이다. 너도나도 건물만 있으면 개조하려고 한다.

오래된 건물을 헐고 새롭고 현대적 기능을 갖춘 건물이 들어선다면 한인타운으로서도 반가운 일이지만 난개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부당한 부동산 가격상승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최근 올림픽과 후버에 있는 '동대문 시장' 상가도 다시 허물고 이곳에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나돌자 입주 상인들과 건물주 사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에 본지는 '동대문 시장' 상가를 둘러싸고 어떤 문제점이 있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그들의 의견을 취재 보도한다. <편집자주>

◎ 관리소홀로 장사가 엉망이다
'동대문 시장'은 2323 W. Olympic Bl.에 위치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인도어 스왓밑이 한인 소매사업자들에게 인기가 좋았을 때 성황리에 분양되었다.
인도어 스왓밑은 자본금은 많지 않으나 부지런한 한국인들에겐 안성맞춤 사업이었다. 아웃도어 스왓밑은 극장이나 야외 운동장 같은 바깥에서 부츠를 빌려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매일 다니기도 번거롭고 아침에 팔 상품을 진열하고 파장 후에 다시 팔다 남은 상품을 걷어들이는 것이 예사로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먼지가 많이 나서 옷이나 장난감 종류는 바로 중고품처럼 변해버리기 때문에 손실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목이 좋은 인구 밀집지역에 인도어 스왓밑을 소유하는 것은 아주 좋은 사업체를 갖는 것과 같았다.

인도어 스왓밑은 큰 건물을 일정 규격의 작은 매장으로 나누어 업종별로 분양하여 여러 가지 상품을 고루 팔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일반 샤핑몰에 가는 것보다 재미있고 원 스탑으로 구매가 가능하여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넓은 파킹 랏과 안전한 시큐리티, 프로모션 정책 등으로 항상 분주하게 사업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인들이 많이 입주한 캄톤 지역의 스왓밑이나 슬라우슨, 밸리지역 또는 라스베가스 지역 등은 현재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외에도 라티노와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엔 어김없이 한인들의 인도어 스왓밑이 지금도 들어서고 있으며 대부분 성업 중이다.

'동대문 시장'은 상호도 한국의 동대문 시장을 그대로 따와서 인근의 라티노 주민들뿐만 아니라 한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위치도 올림픽과 후버 지역이라 한인타운에 속하기도 했지만 파는 물건들도 한인이 선호하는 중·고가품을 많이 진열해 두었고 가격은 샤핑 몰보다 저렴하여 쉽게 구매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장사가 너무 엉망이라는 입주 상인들의 반응이다. 이런 불경기는 예전에 없었는데 그 이유가 전반적인 경기 후퇴가 아닌 건물주의 관리소홀이 절대적이라는 주장이다. 말하자면 "건물주가 '동대문 시장'를 헐고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입주하고 있는 상인들이 물러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니저라는 사람은 건물과 쾌적한 샤핑 공간 만들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현재의 매니저는 이글락에 있는 자신의 상점에 온 신경을 쓰는지 '동대문 시장'에 대한 열정은 전혀 없고 문만 닫고 열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노했다.

◎ 권리금도 상실하고 손해가 막심
'동대문 시장'의 소유주는 주식회사 LLR Investment로 이광재, 이영로, 류시오 3명의 이니시얼을 따서 만든 회사이며 2003년도에 6.7백만불로 구입하였다. 원래 부동산을 전문으로 투자사업을 하던 사람들이 아니었고 이번에 건물을 구입하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입주하고 있는 상인들은 거의 모두 오랜 세월 이곳 '동대문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오너쉽이 바뀌게 되면서 겪은 변화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스포츠 웨어를 취급하는 전 사장은 "저는 15년 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건물주가 취한 행동은 일종의 횡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돈으로 자신의 사업을 하겠다는 데 뭐라고 할말이 없지요. 또 돈을 투자하여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러나 건물을 헐고 짓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입주상인 모두에게 취재해 보시면 알지만 불만이 목구멍까지 차 있습니다.

한마디로 관리가 너무 허술하니까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매상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요즘 같으면 렌트비 내기도 벅찬 실정입니다. 또 업체의 매매는 일체 기대할 수가 없지요. 건물이 헐린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누가 매입을 하겠습니까? 결국 권리금만 날리는 셈이 됩니다. 또한 이런 상가엔 매니저가 상주해 있어야 하고 상인들을 격려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상승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매니저는 그저 이름뿐입니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매출감소와 함께 상가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저희는 처음 빌딩 오너가 바뀌면서 활성화를 크게 기대했지요.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으로 치달아 문을 닫게될 지경까지 이른 것입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 옷가게를 운영하는 민 사장의 불만은 마찬가지였다. 민 사장은 "현재 이곳에서 영업을 하시는 분들 대부분 리스 기간이 2006년 7월까지입니다. 거의 1년 정도의 기간이 남아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현 상황으로 간다면 일년 동안에 적자폭만 커질 뿐입니다. 또한 입주 당시 낸 권리금도 3만 불인데 그 돈은 완전히 공중에 날리게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건물주가 용도변경을 하는데 대해 저희 상인들이 힘을 모아 일치된 행동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저희는 약하고 힘이 없지만 단결해서 중지도 모으고 또 힘을 합친다면 혼자서 대항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려운 가운데서도 변호사비를 1천불씩 모았고 히스패닉 업주들도 함께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계약서는 저희는 갖고 있지도 않으며 거의 모든 입주 상인들이 저와 비슷한 입장일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아무리 건물주가 건물에 대해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다해도 리스기간까지는 최선을 다해주는 것이 건물주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빈 상가가 6곳이나 되도 이 장소를 채울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매우 엉성하게 되어 있어 들어오던 손님들도 다시 나가고 맙니다.

특히 저희와 같은 인도어 상점들이 입주해 있는 곳은 건물 전체의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라며 성토했다. 또한 보석가게를 운영하는 서니 씨는 "저는 이곳에서 15년 동안 보석가게를 해 왔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나가게 되면 어디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곤 이 비즈니스밖에 없으니까요.

한마디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느낌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운한 것은 이 상가를 헐고 주상복합단지를 짓는 것과 관련하여 공청회를 개최하였는데 공청회 3주전에야 그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라며 이 상가에서 쫒겨나가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심정임을 토로했다.

◎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입주상인들은 급기야 Bari Nejadpour 변호사를 선임, 자신들의 권리찾기에 나섰다.  이와 관련 건물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중에 있다고 하는 Bari Nejadpour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29명의 입주 상인 중에서 24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히고 "건물 주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삶의 터전을 망칠 수는 없다. 돈이 있다고 그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상을 해보아라. 17년간이나 같은 장소에서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최선을 다해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고 정의의 이름으로 법적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분명한 것은 법 또한 상인들편에 서 있다."며 굳은 의지와 각오를 표명했다.

(건물주의 입장표명은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