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간호사 족적 남길 공간 조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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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광부·간호사 족적 남길 공간 조성을"
  • 세계일보
  • 승인 200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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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의 발전을 위해 이국땅에서 젊음을 바친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들은 이제 황혼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들의 기록을 담은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파독 광부 출신 재독동포들의 모임인 글뤽아우프회의 성규환(66·사진) 회장은 12일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잊혀져 가고 있지만 1960년대 초반 우리 정부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빌려와 경제발전 토대를 마련했다”며 이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한 기념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절 개인과 나라를 위해 먼 이국에 와서 막장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역사를 남길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재독동포 2, 3세 교육뿐 아니라 우리나라 이민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제안하는 것은 광산 노동자 퇴직금 중 아직 찾아가지 않아 적립된 19억원에다 정부지원금을 합친 자금으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위한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것.

“90년대에 광부들의 퇴직금을 찾아가라는 공고가 있었지만, 15년이 된 지금까지 찾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도 매년 10여명의 동료가 저세상 사람이 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이런 적립금을 기반으로 뜻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현재 이 자금은 노동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정부는 전체 관계자들의 견해가 모아지면 그 방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파독 광부 중에는 제3국으로 이민간 경우가 많아 생사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어렵다고 그는 주장했다.

“지난 4월을 마지막으로 이제 독일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는 없습니다. 모두 은퇴했으니까요. 이런 중요한 의미를 담아 오는 11월 19일에는 광부의 날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이번 방한 기간 중 정부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산업시찰을 해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우리 정부가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역사적 의미를 알아주는 것으로 생각돼 기쁘지만 아직 독일동포들의 현실을 모르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도 많은 것 같아 아쉬워했다.

“1960년대에 독일에 정착한 동포들의 상당수는 맞벌이로 어느 정도 생활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70년대의 파독 광부들은 한 사람의 수입만으로 가족을 부양했고 은퇴 후에는 한달에 100만원 정도 되는 빠듯한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동포들도 손쉽게 고국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정부에서 마련해 주기를 바랍니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