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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손녀가 유일한 혈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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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손녀가 유일한 혈통인데
  • 신성준
  • 승인 200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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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오세티아의 베슬란학교 인질극 참사 1주년 추도식에서 고려인유족도 슬픔에 젖어 ...
북오세티아는 러시아 연방내 21개 공화국에 속해 있다.1년 전 오세티아의 작은 도시 베슬란에서는 2004년 9월1일부터 사흘간 학교 인질극이 벌어졌던 곳이다.

러시아에 맞서 무장독립 투쟁을 하고 있는 체첸 반군의 특공대가 입학식이 열리고 있던 학교로 쳐들어가 학교와 교사,학부모를 인질로 잡은 채 사흘간 버티다 러시아의 진압작전으로 결국 186명이 죽고 700명 이상 부상당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숨진 피해자 가운데 박씨의 가족인 외동딸 최스베탈라나양이 포함되었다. 당시 12세로 초등학교 6학년 고려인4세다.

모친 박마리나씨는 올해39살 된 고려인3세 여성으로 자신의 본관을 밀양 박씨라고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줄곧 "밀양 박씨임을 기억하라"고 애기 했다는 것.박 마리나와 같이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 김엘리자베타(김제 김씨)를 통해 파악한 바, 박마리나는 할아버지인 박춘화씨때 조선 땅에서 러시아 연해주로 넘어 갔는데 할아버지의 고향이 남한인지 북한인지는 잘 모른다고 한다.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했다가 다시 연해주로 되돌아간 뒤 아버지인 박 알렉세이때인 1965년 다시 코카사스 지방,오세티아로 넘어왔다고 한다. 박 알렉세이씨는 2004년9월8일 인질극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외손녀의 죽음에 쇼크를 받고 돌아가셨다.

박 알렉세이씨와 김 엘리자베트씨는 딸만 3명 두었는데 큰딸은 현지인 오세티아 남자와 결혼해 아들만 2명 낳은 뒤 세상을 떠났고, 둘째딸 마리나가 같은 고려인3세와 결혼해 외동딸인 스베틀라나를 두었으며 셋째 딸은 자식이 없다고 한다.

박마리나는 현재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친정어머니만 한국말을 겨우 떠듬떠듬 알아들을 정도다. 현지 수준으로 보면 생활이 그리 어려운편은 아니지만 러시아에서는 모계사회를 중요시 하는 만큼, 손녀는 박씨 집안의 유일한 혈통이었다. 외동딸이자 손녀 스베틀라나를 잃은 뒤 김엘리자베타 할머니와 박 마리나 엄마의 슬픔은 가시지 않고 있다.

종족이 많은 러시아안에서 오세티아는 소수민족이며 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고려인은 소수민족 가운데 소수일 수 밖에 없다."유일한 고려인 학생이 죽었는데 모국(할아버지 나라)에서는 위로나 전화 한통 없는 무관심이 더욱 서럽다고 말한다.
모스크바=신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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