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이사람]"동양평화 제창한 안중근 의사 뜻에 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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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이사람]"동양평화 제창한 안중근 의사 뜻에 감명”
  • 세계일보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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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미야기(宮城)현 도메(登米)시 나카다(中田)마치에서 채석업을 하고 있는 유한회사 야나가와(柳川)상사의 유호근 회장(77). “일본에 와서 오랫동안 고생하다 보니까 고국을 위해 뭔가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인근 절인 다이린(大林)사에서 안중근 의사 추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흔쾌히 동참하게 된 겁니다.” 일본 미야기(宮城)현 도메(登米)시 나카다(中田)마치에서 채석업을 하고 있는 유한회사 야나가와(柳川)상사의 유호근 회장(77). 그는 조선을 식민지배한 당사국인 일본 땅에서 일제 침략의 앞잡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추모사업을 25년 동안이나 벌여온 숨은 애국자이다. 이웃 고장인 구리하라(栗原)시 와카야나기(若柳)마치의 다이린사에서 매년 안 의사 순국일(3월26일)과 탄신일(9월2일)을 기해 열리는 추모행사에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이린사는 안 의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를 저격한 뒤 뤼순 감옥에 갇혀있을 때 간수로서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일본 헌병 출신 지바 도시치(千葉十七)와 안 의사의 위패를 모신 사찰. 당시 안 의사의 인품에 감동한 지바는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온 이후 안 의사의 묵서(사형장으로 가기 직전 그에게 써준 글)와 영정을 불단에 바치고 한·일 두 나라간의 평화를 빌었다. 다이린사는 1981년 경내에 안 의사의 유묵석비(遺墨石碑)를 세우고 이를 계기로 매년 추도법요식을 거행해 오고 있다. 지난 4일 안중근 의사 탄신 126주년을 기념해 다이린사에서 열린 제25회 추도법요식 때도 그는 여전히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에서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황인성) 간부 등 10여명이 함께 참관한 이날 추도식 직후 그를 만났다. 그는 현재 민단 센부(仙北)지부 단장을 겸하고 있다. “처음 비석을 세울 때는 소수의 동포가 기부금을 내는 등 협조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연로해 모두 죽고난 지금은 자녀들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실정입니다. 민단 지부측도 마치(町) 당국과 선거권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어 요즘은 저 혼자 참여하다시피 하고 있어요.” 그는 이 지방 현지인들이 안 의사 추모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 대해 “지바에 대한 존경심이 깔려 있기도 하지만 동양평화를 제창한 안 의사의 정신에 공감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남 하동이 고향인 그는 15세 때인 1942년 일제의 징용으로 일본에 입국, 오사카 제철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다 도망하는 등 방황기를 보냈다. 해방 직후 현재 살고 있는 곳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돌산 채석, 모래 채취 등에 뛰어들어 기반을 닦았다.

지금은 도로 폐기물, 폐차 등을 인수해 재활용하는 RC사업과 카지노 등 관광사업에도 손을 대 연평균 60억엔(한화 약 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요즘 두 달에 한번씩은 하동에 들른다는 그는 그동안 도로 포장, 장학금 지급 등 고향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관심을 보여 왔다.

“안 의사 추모제를 위해 지난 3월에도 일본인을 포함한 30여명과 함께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안 의사를 모시는 일이라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센다이(일본)=송성갑 기자 sk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