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카트리나 이재민 "귀국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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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카트리나 이재민 "귀국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
  • 연합뉴스
  • 승인 2005.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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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머니 `6.25전쟁 때 피난 방불' 눈물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집 지붕이 날아간 걸 보고 빠져 나왔다.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 복구하고 피해를 당한 이웃을 도와주고 싶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피해 뉴올리언스를 빠져 나온 수 웨스피 슈라볼드(여.42)씨는 "도시 전체가 물바다였고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리고 겁이 난다"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슈라볼드 씨는 가족과 함께 휴스턴에 피신해 있다 9일부터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실시하는 세계한민족 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경남 통영에 살다 20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어머니 정봉덕(77) 씨 등 가족과 함께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우리 집은 다행히 높은 지역에 있어서 물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이웃들은 허리케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저세상으로 갔을까를 생각하면 살아난 것도 고통스럽다"며 비통해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살다 2년 전 뉴올리언스로 이주했다는 슈라볼드 씨는 뉴올리언스 리츠칼튼호텔 조리팀장으로 일했다.

한국전 당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떠났던 어머니 정 씨는 뉴올리언스 주민 들의 피난행렬을 보면서 한국전 당시가 떠올라 눈물을 흘렸다고 그는 전했다.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에 살아 허리케인은 그다지 무섭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그는 "운이 좋아 살아난 만큼 집으로 돌아가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뉴올리언스에 남아 실종 상태에 있는 이웃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어머니 나라를 찾는 것도 중요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축전 참가동기를 밝혔다.

슈라볼드 씨는 "한국이 이렇게 큰 나라인 줄 몰랐다"며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예의가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 나라에 있는 동안 만큼은 뉴올리언스를 잊고 싶다"고 덧붙였다.

슈라볼드 씨 등 45개국 520명의 재외동포와 입양인들은 오는 15일까지 서울과 제주에서 한국을 체험하고 전통놀이 등 축전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ghwang@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