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한인 성매매 실태,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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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한인 성매매 실태, 부끄러워요"
  • 노컷뉴스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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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한국에 처음으로 성매매 교육 프로그램 '존스쿨'이 도입되어 화제가 됐다.

이처럼 한국 내에서는 성을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한 단속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후속 대책까지 마련되고 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부 한국인들의 해외 성매매는 속수무책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화제가 된 키리바시의 꼬레꼬레아가 대표적인 예이지만, 한국인들의 소위 '섹스관광'은 태국,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이미 오래된 이슈이다.

이 중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매매 실태는 매우 심각해, 현지에서조차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금요일 밤이면 방이 없어 장사 못하는 성매매 업소

모스크바에서 '러.여.인'(재러 한인업소 내 불법 성매매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인터넷 카페명. '러시아. 여성. 인권'의 약칭) 활동을 하고 있는 유학생 정재원씨(34)는 "모 기업의 한 달 접대비가 무려 3만불이나 된다."면서, "이는 대부분 식사비가 아닌, 여성을 동반한 술자리에 쓰이는 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여.인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모스크바 현지의 한국인 대상 성매매 업소는 모두 한국인이 주인인 가라오케이며 현재 약 아홉 곳 정도가 성업 중이다. 이들은 겉에서 보면 여느 가라오케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가라오케임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겉모습을 띈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 한국인 운영 가라오케는 대부분 곧 성매매 업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몰래 촬영된 화면을 보면 현지 실태는 심각하다.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한 가라오케. A4용지에 조그맣게 한글로 상호가 써있을 뿐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면 검은색 양복의 경호원 둘이 지키고 서 있고, 계단을 내려가자 화려한 샹들리에와 고급 미술품이 쭉 걸린 복도가 나온다.

한 눈에 이 곳이 보통 수준의 가라오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곳을 경영하는 여주인의 말에 따르면, 이 가라오케는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반 관광객은 상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관광객, 러시아인 받지 않고 철저한 사전 예약제

일반 관광객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부분 비즈니스 차 방문한 사업가나 현지 주재원, 혹은 기타 저명 인사들을 접대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또한 러시아인의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된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간혹 일본인 관광객이 끼어 있을 뿐이다.

이 곳에서 하루 밤 노는 데 드는 비용은 한 사람 당 최소 200에서 300달러 정도. 네 명이 함께 찾을 경우 1000달러는 거뜬히 넘는다. 안주 없이 보드카 한 병을 시킬 경우 우선 100달러가 기본이며, 여기에 아가씨를 2시간 동안 데리고 나갈 경우 100달러, 아침까지 데리고 있을 경우 150달러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간혹 아가씨들이 따라주는 술만 마시고 집에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위 '2차'를 필수로 여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금요일 밤에는 방이 없어 손님을 못 받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남성들 중 일부는 아가씨들에게 변태적 음란 행위를 시키거나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심한 욕설과 구타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구타의 대상인 성매매 여성들은 이를 호소할 수조차 없는 상황.


대부분 러시아계이긴 하지만 러시아 국적이 아닌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온 불법 체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고려인 여성들도 상당수 끼어 있다.

손님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아가씨들은 주인에게 호되게 혼이 나고 수당도 못 받지만, 그동안 진 빚 때문에 내쫓기지도 않는다.

얼마 전 가라오케를 겨우 '탈출'해 지금은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 엘레나(가명)는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는 줄 알고 우즈베키스탄에서 모스크바까지 돈 벌러 왔다. 그런데 가라오케임을 알고 나가려 했지만 주인의 빚 독촉으로 나갈 수 없었다. 아파트 월세와 옷 값, 화장품 값, 택시비 등을 다 갚아야 나갈 수 있다고..."하며 아픈 기억을 더듬었다.

그녀는 결국 1년 넘게 가라오케 생활을 한 끝에 빚을 다 갚고 이제서야 새 삶을 시작했다. 진짜 레스토랑 서빙 일을 하게 된 것. 하지만 '2차, 폭탄주, 씨발, 개새끼' 등은 아직도 그녀가 잊지 못하는 한국말 단어들이다.

 현지 동포사회 유력인들이 개설한 가라오케

그동안 아무런 견제책 없이 성업을 해오던 한국인 성매매 업소들이 러.여.인의 활동으로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작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전후로 러.여.인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까닭이다. 이 때문에 정재원씨를 비롯한 몇 명의 회원은 업주들로부터 협박 및 살해 위협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 영사관 및 대사관 차원의 대책은 가시적이지 않다. 오히려 "공권력이 성매매 업소 업주들과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정재원씨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가라오케의 형식을 탈피해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업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우나가 바로 그것. 이들 사우나는 한국인 소유 호텔 내에 위치해 '식당-노래방-사우나'의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한국인 소유 호텔이란 러시아인 소유 호텔 내에 한두 층을 빌려 한국말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는 '호텔 속 호텔'을 지칭한다. 이에 따라 러.여.인은 사우나에까지 잠입해야 하는, 이전보다 더 강도높은 '정찰' 활동을 펴야 할 상황에 처했으며 업주들도 러.여.인의 활동을 견제하느라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은밀히 영업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모스크바 대접전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모스크바 현지 동포 사회 유력인사가 자신 소유의 호텔 식당을 반으로 나눠 가라오케를 열었다. 실질적으로 '식당-가라오케-2차'의 패키지를 마련한 셈이다.

이는 러.여.인의 활동이 현지 유학생들의 논문 제출 시기가 다가옴에따라 잠시 주춤해진 사이 가능해 진 측면도 있지만, 자본과 권력 연합이 얼마나 강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러.여.인의 활동이 시작된 이래 업주들은 적극적으로 러.여.인의 활동을 제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고 지난 노무현 대통령 방문시에도 러.여.인의 전단지 배포를 러시아 경찰을 동원, 사전에 저지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게다가 교민 사회에서도 러.여.인의 활동을 '심정적'으로는 지지하지만 타지에 홀로 떨어진 남성들의 '본능적 욕구'를 내세워, 혹은 공공연한 사실을 수면 위로 내놓아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현상황을 좌시하고 있을 뿐이다.

자국민 해외 성매매도 처벌하는 캐나다

성매매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러시아 국내법으로도 불법이다. 게다가 한인 업소의 성매매 종사 여성들도 불법 체류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모스크바 한인 업소들은 '이중적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사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정재원씨는 "캐나다에서는 해당 국가의 법과는 상관없이 자국 국민들의 해외에서의 성매매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는 '해외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법적 장치를 만들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한국의 위신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적 제재보다는 기업의 성접대 문화와 왜곡된 성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인 여성에 대한 일부 한국 남성들의 성적 환상이 부른 불법적 모스크바 성매매 실태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다.

러.여.인은 지금까지의 활동을 보다 확대해 '해외 성매매 방지법' 제정 촉구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러시아 내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이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또한 모스크바 내 성매매에 대한 직접적 대응을 회피해 온 주러 한국대사관 및 청와대, 외교부, 여성부, 검찰, 경찰 등에 민원을 제기해 이들의 답변을 공개할 생각이며, 동시에 성매매 업소 광고를 싣고 있는 교민 신문에도 공개적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오명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컷뉴스 심나리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