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축전 참가한 고려인 세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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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축전 참가한 고려인 세자매
  • 연합뉴스
  • 승인 2005.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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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스탄 타슈켄트시에 거주하는 세자매 류드밀라 리(55), 안나 리(53), 안알렉 리(45)씨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카자흐스탄 타슈켄트시에 거주하는 세자매 류드밀라 리(55), 안나 리(53), 안알렉 리(45)씨가 9-15일 국민생활체육진흥협의회가 주최하는 세계한민족축전에 참가했다.

45개국 520명의 참가자 중 자매가 참가한 것은 이들 뿐이다. 막내인 안알렉은 모국을 처음 찾았고, 안나는 15년만에 다시 왔으며 류드밀라는 이번 방한이 세 번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무릎을 꿇고 앉아 한국 땅에 키스했다는 안나는 고려인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볼쇼이 공연단 발레리나 출신이며 현재 카자흐스탄 아리랑 무용단장을 맡고 있다.

안나는 11일 "얼굴이 똑같은 사람들 속에 서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지만 한편으론 한국말을 못해 가슴이 아프다"며 "틈나는 대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세자매의 할아버지는 140년 전 러시아로 이민한 개척자로 대부호였지만 1917년 혁명 당시 부르주아라는 이유로 암살당했다. 이들의 부친은 1937년 하바로프스크에서 강제이주 당해 고난 속에 1남5녀를 낳고 살다 1987년 작고했다.

이날 한강 난지 지구에서 펼쳐진 한민족생활체육대회에서 안나는 장기자랑 시간에 심수봉이 번안해 부른 `백만 송이 장미'를 러시아어로 불렀고 멋진 발레 솜씨까지 선보여 참가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막내는 행사 내내 "말이 안 나온다.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다. 사람도 무척 친절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감격해 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때 가장 자랑스럽다는 류드밀라는 "한국 땅에서 절대로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하루 빨리 통일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자매는 "이번 축전에서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은 제주도 관광으로 말로만 듣던 제주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생애 첫 제주 나들이에 대한 설렘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버지의 병 간호 때문에 러시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꿈을 접은 안나는 "재외동포들이 고국에 와서 제기도 차고, 줄다리기도 하며, 한국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아냐"며 "이런 기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동포와 모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한민족축전은 88 서울올림픽대회를 기념하고 그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1989년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100여 개국 1만1천여 명의 재외동포가 참가했다.

세자매를 비롯한 올해 참가자들은 12일 경복궁과 한국민속촌을 방문하고 정동극장에서 특별공연을 관람한데 이어 13-15일 제주도를 관광한다.

ghwang@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