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평통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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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평통을 없애라!"
  • 한인닷컴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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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없는 위원 추천으로 교포사회 불신만 키워
● 참신한 인사 참여 기대는 뒷전, 나눠먹기 재연
● 중심 못잡는 총영사관은 뒷수습에 안절부절

'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로 가는 것 같다.
  제 11기 평통위원 선정을 둘러싼 잡음으로 교포사회가 어지럽다. 일부 교포단체들이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가 탈락하자 볼멘소리를 내는가 하면,후보 명단에 든 인사들도 대부분 단체와 관련된 낯익은 사람들이다. 심지어 친,인척끼리 추천하거나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내 사람 심기' 식으로 추천해 후보가 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전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도 버젓이 후보군에 끼었다고 한다.

  덕망있는 인사들과 참신한 인재들이 후보로 고루 추천돼 평통이 브라질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인 교포들의 현 주소를 보여주기 바랬던 최소한의 기대는 이미 물건너간듯하다. 명실상부한 헌법기관으로서의 평통이 유명무실한 어용조직이라는 과거의 굴레를 벗고 무슨 어마어마한 역할을 하는 단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다.

  본지도 지난 4월 18일 자에서 평통이 교포들의 보다 폭넓은 참여를 통해 민족적 관심사에 대한 공감대를 조금이나마 확산시키고 교포사회를 활성화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소박한 바램을 밝힌바 있다. 리고 조금만 더 기대를 한다면 우리의 1.5세,2세들이 서툰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지금 평통위원 추천을 둘러싸고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이해할 수 없다.

  후보 추천 작업을 주관하고 있는 총영사관은 애초부터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듯 내내 갈팡질팡이다.1차 후보를 선정한 뒤 각 단체나 일반교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뒤늦게 수습한다며 나섰지만 오히려 단체나 특정인들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몫을 챙기지 못한 교포단체에서는 '집단 사퇴'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대부분 새얼굴로 그나마 평통의 변화를 대변할 것으로 기대됐던, 개인추천을 받은 사람은 탈락한 뒤 머쓱해져 쓴웃음만 짓고 있다. 도대체 평통위원이 무엇이라고 교포사회를 이처럼 흔들어 놓고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원칙과 기준이 분명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총영사관은 지난 4월 15일 평통위원 추천공고를 내면서 '후보자 선발 기준'과 '후보자 추천 자격'을 제시했다.

선발 기준은 ▶ 동포사회 각 분야에서 점문성과 활동성을 겸비한 인사 ▶ 동포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인사 ▶ 주류사회 참여인사로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인사 ▶ 여성 지도급 인사 ▶ 동포사회 젊은 지도자로서 민족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 ▶ 기타 재외동포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사등이다.

  추천 방법으로는 한인회 7명, 평통 남미지회 6명, 체육회 5명,란인 상공회의소 5명, 한-브 교육협회 5명, 노인회, 의사협회, 기독교 연합회, 부인회, 미술협회 각 2명 이내로 한인단체 추천범위를 정했다. 그러면서 '개인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인사 OO명'을 덧붙였다.

이와 과련, 한국의 평통 사무처에서 보낸 공문을 살펴보자.

  우선 선발기준은 총영사관이 공고한 내용과 같다. 그러나 평통 사무처에서 보낸 문서에는 '추천 제외자'가 명시돼 있다. 거주지역을 떠나 타 지역에 장기 체류중인 인사,현재의 위원 중 정례회의나 법정회의 등 각종 공식회의 참여도가 낮은 불성실한 인사,공.사생활에서 물의를 일으켜 인사위원 전원으로 부터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인사 등을 추천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평통 사무처는 또 추천 방법에 대해 ▶ 한인회(선출직) 회장 및 임원 ▶ 여성계 ▶ 학교육계(대학교수,통일문제 전문가,한국인 학교 교사 등) ▶ 직능단체 대표(법조계,경제계,언론계,문화예술계 등) ▶ 재외동포 2~3세 ▶ 주류사회 활동인사 ▶ 민주평통 및 재외동포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사 등 7개 직능 분야로 나눠 상당히 포괄적인 범위 안에서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인 이상 추천하는 공관에 대해서는 한인회(재외동포에 의한 선출단체)회장 및 임원 20%,여성계 10%, 학교육계 20%, 직능단체 대표 20%,재외동포 2~3세 10%,주류사회 활동인사 10%,민주 평통 및,재외동포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사 20%등 추천비육까지 제시했다. 여기서 한인회는 좁은의미의 한인회가 아니라 재외동포들이 단체장을 선출하는 각 교포 단체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정도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평통위원 신규교체 비율을 50% 정도로 예정하고 40이하 30% 및,여성15% 이상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구성방침과 함께, 추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10인이상을 추천하는 공관에 한해 추천인선위원회를 구성해 위원 선정과 관련해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내부지침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물론 평통 사무처의 공문을 있는 그대로 적영하기는 어렵지만, 총영사관은 자체적으로 현실에 맞게 시행세칙을 정한다고 하다가 전작 본래 의도를 흐려 버렸다.

우선 몇개 교포단체에 추천권을 준 것은 문제의 소지를 스스로 유발한 셈이 됐다. 언급된 단체들이 대부분 현실적으로 볼 때 친목모임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추천권을 줄 수 있느냐는 문제는 한번쯤 생각을 했어야 했다. 특히, 노인회,의사협회,기독교연합회,부인회,미술협회에 한해 추천권을 준 것은 더 문제다.이들이 교포사회 전체라는 말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왜 이 단체들만 포함됐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른 단체는 활동이 거의 없거나 회원숫자가 적어서 뱃다는 등의 설면도 없다.교수협회나 변호사 협회는 왜 빠졌나? 천주교와 불교는 또 왜 빠졌나? 미술협회가 들어갔다면 이에 준하는 음악 단체,무용 단체도 있을텐데. 이러다 보니 평통 존립의 근간이 될 수도 있을 대학교수,통일 문제 전문가,한국인 학교 교사, 법조계 인사, 재외동포 2~3세 등은 후보군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모처럼의 참신한
발상으로 여겨지던 개인 추천자들은 대부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능하고 참신하고 젊은 인사들의 참여 기회는 애초부터 막혀 있었던 셈이다.

평통 사무처의'추천 제외자' 부분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사람을 고를 때는 크게 두가지 방법론이 있다. 인재풀(pool)을 놓고 정해진 기준에 드는 사람만을 선발하는 포지티브한 선별법과,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 제외 시키는 네거티브한 선별법이 그것이다. '추천 제외자'항목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교포사회에서 좋지 못한 전력이 있는 인사도 버젓이 후보군에 들었다는 비아냥은 이런 원칙마저 무시한데서 오는 것이다.
  
추천인선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식을 탓하는 소리도 많다. 정화연 총영사와 이규영 영사를 비롯해 권명호 한인회장, 김익배 민주 평통회장,박태순 전 한인회장,김철언 전 교육협회장 등이 인선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평통 사무처에 먼저 따져야 겠지만, 언뜻 보기에 후보 추천권을 받은 단체장이 인선위원까지 맡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자신이 심의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 들리는 말로는 위원들이 투표로 후보를 정했다고 한다.
이러니 객관성 내지는 공정성 시비가 나오고 '내 사람 심기' '친 인척 심기' 로 후보가 결정됐다는 교포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결국 이번 평통위원 후보 추천 과정에서 총영사관은 뚜렷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느껴아 한다.추천된 인사에 대한 검증작업을 소홀히 한점도 자책해야 한다. 총영사관은 교포 몇 사람, 단체 몇 군데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평통 사무처의 기준을 업격히 적용해 처리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발 대상 인원 37명을 못 채우면 어떤가?
  
추천권을 행사한 단체나 추천 및 후보 선정과정에 참여한 인사들도 비난에서 비껴갈 수 없다.
평통의 의미를 오해해선 안된다. 이력서 한줄 더 채우고, 명함내밀며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냥 어깨에 힘주고, "내가 평통위원 시켜줬다"며 공치사를 하는 것이 평통이 아니다. 얼마 되지 않는 교포사회에서도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평화'와 '통일' 을 깨뜨리는 사람이 무슨 한반도 평화통일 자문 위원 행세를 하려드는건지 한심할 따름이다.
  
평통은 헌법기관이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그러기에 아무리 존재 가치가 없더라도 유지되는 순간까지 본연의 의미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일 평통이 일부 교포들에 의해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면,그리고 해외동포사회에 분란만 가져온다고 판단된다면, 총영사관이 작심하고 나서서 "평통을 없애야 한다!"고 건의하라. 아니면 "이번에 브라질 한인사회에서는 후보 추천자가 없다"고 통보하는 것은 어떨지...  / 김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