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안 낸 멕시코 동포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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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안 낸 멕시코 동포간담회
  • 머니투데이
  • 승인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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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멕시코시티(멕시코)=박재범 기자]멕시코를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첫 공식 행사였던 멕시코 교민과 만찬 간담회.

8일 저녁(한국시간 9일 오전) 숙소인 프레지덴테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노 대통령은 교민들을 격려하면서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국내 정치 최대 이슈인 연정이나 선거제도 개편은 물론 과거사 문제 등 정치 일반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노 대통령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사고를 안 낸" 셈이다.

과거에는 북핵 문제, 정치 개혁, 과거사 등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이 동포간담회 자리에서 쏟아졌다. 그래서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동포 간담회'가 아닌 '공포 간담회'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가까이는 지난 4월 터키 순방때 이스탄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 그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 갖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며 이것이 내게는 제일 힘들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북은 핵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앞서 베를린에서는 "북한이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며 대화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파행은 옛날 습관"(브라질 상파울로 동포간담회) "좌우파 구분하는 것은 낡은 생각"(브라질 부에노스아이레스 동포간담회) 등도 동포간담회에서 나온 현안 관련 발언이다.

이전에는 현안이 없더라도 동포들 앞에서 한국 경제의 기적과 성과를 설명하고 선진국 진입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레 정치 개혁 쪽으로 연설을 이어갔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국경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한 뒤 "이유를 자꾸 길게 설명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그 설명은 못 드리겠고"라고 스스로 자르면서 교민 사회 문제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면서 이민 100주년을 맞아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정착한 멕시코 동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

멕시코 이민 100주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전까지 동포 간담회 때도 교민과의 대화와 격려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이번에는 더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이런 방침을 멕시코로 오는 특별기 내에서 "열흘 동안은 조용할 것이다. 이것이 순방의 의미다. 가급적 큰 뉴스를 만들지 않겠다. 동포 간담회를 조심하겠다"며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와함께 연정 등 정치 현안 관련 '숨고르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게 좋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당분간 연정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말 그대로 당분간 호흡 조절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번 순방 중 특별히 정치 현안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멕시코)=박재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