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로 계란을 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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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로 계란을 치는 법
  • 미주한국일보 칼럼
  • 승인 200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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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인타운에 나가보면 불황이다,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친지 한 분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그 분 말씀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올해가 작년만 같았으면…”작년에는 “재작년만 같았으면…” 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여쭤봤더니 그는 최근 몇 년간의 유가 불안정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환경 조성이 안된 탓을 했다.

상당 부분 옳은 지적이라고 본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불안정, 중국 등 신흥 국가의 저가 물량 공급 구조, 중대형 유통 구조로 인해 자영업들이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불황인 환경을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호황까지는 누릴 수 없더라도 좀 더 유리하고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한인사회에는 규모가 큰 사업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맘 & 팝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 또한 많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어느 나라에서나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형업체들이 소비 트렌드에 맞추어 시장을 리드한다면 영세 유통업체들은 틈새를 찾아 테마 경영으로 그 활로를 찾아왔다.

영세업체가 같거나 유사한 상품으로 대형업체와 경쟁한다면 가격이나 품질 디자인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그래서 유럽과 일본의 경우 소규모 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취급하기 힘든, 공급 물량이 완전히 제한된 소량의 최고급품만을 취급한다. 최고의 상품 한두가지로 전문화, 고급화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상품 전략을 기획할 때는 품목이 매우 중요하고 흔히 얘기하는 ‘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최고급 치즈만을 고집하는 맘 & 팜 가게 한 곳은 특정한 농가나 가족형 영세업체들을 상대로 최고 품질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 다닌다. 특정한 농가의 구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홀로 서기 사업은 어렵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프랜차이즈로 연합을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에 대해 전문가가 되는 것은 필수. 방목해서 키우는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로만 치즈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서부터 최고 품질의 꿀을 확보하기 위해 양봉 농가의 위치 선정에 이르기까지 공급자와 함께 호흡을 맞추어 나간다.

공급물량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수 우량 고객집단만을 상대로 하여 판매하고 그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입소문을 낸다. 무리한 확장도 하지 않고 상품의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오직 제한적인 숫자만 판매한다.

서울 을지로 입구에 유명한 설렁탕 집이 있다. 이 집은 특이한 운영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오후 2시면 문을 닫고 새벽에 문을 열어 장사를 시작한다. 설렁탕의 양도 많거니와 맛있는 김치가 적절히 조화되어 나이 드신 분들을 비롯하여 멀리 외국에서까지 맛을 보기 위해 줄을 선다. 설렁탕에 들어가는 고기가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하도록 산지에서 직접 공급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인 & 아웃 햄버거식당 앞에 항상 고객들이 북적대는 것을 본다. 3가지의 단출한 메뉴로 신선한 재료, 냉동감자가 아닌 생감자를 신선한 기름에 튀기는 조리 방식 등으로 맥도널드, 버거킹 등 대형 패스트 푸드체인의 아성에 도전을 하고 있다. 그리 큰 변화를 주지는 않더라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겠다는 그들의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객을 어떻게 모으고 유지하느냐는 자기 자신의 차별화된 장점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이를 얼마나 적극 활용하고 적용하는 가에 달려있다. 아울러 환경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수반될 때 맘 & 팝의 수준을 넘어 고유한 트레이드 마크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복준영

SK-어스링크 마케팅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