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미국판 쓰나미’ 사망자 수천명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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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미국판 쓰나미’ 사망자 수천명 예상
  • 달라스 뉴스 코리아
  • 승인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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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6 16:29 송고

남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카트리나는 이미 허리케인으로서 힘을 완전히 상실한 채 중부권을 지나고 있지만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알라배마 등 남부에 집중된 피해지역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이번 카트리나의 피해는 ‘미국판 쓰나미’로까지 불리우며 급격하게 커져 사망자 수가 31일 기준, 최소 수백명, 많으면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래 100년만에 닥친 최악의 자연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저지대인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경우 둑 두곳이 무너져 내리면서 북동쪽에 접한 폰처트레인호 해수가 저지대 도심 쪽으로 흘러들어오는 이른바 ‘사발 효과(Bowl Effect)’ 때문에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70%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현재 도시 대부분은 사실상 물 항아리가 돼버렸다.

홍수 전문가들은 이 물이 완전히 빠지려면 앞으로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방정부와 군·경·주방위군은 헬기로 자갈 포대를 투하해 둑 복구에 나섰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약 7.6cm씩 수위가 상승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도시 80%가 물에 잠겼고 일부 지역의 수심은 6m에 달한다”면서 “물 위에 시신들이 떠다니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또 “수백명의 시민이 다락방이나 지붕에 대피하고 있고, 구조 보트들은 생존자 구조에 치중하다보니 사망자들을 뻔히 보고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침수지역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시체들이 물속에 방치돼 있어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며 멕시코만 전역에 위생 경보를 발령했다.

뉴올리언스 당국은 이재민 1만여명이 대피한 슈퍼돔에도 물이 차오름에 따라 이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미시시피의 연안도시 빌럭시도 수백명이 침수 가옥에 고립됐으며, 미시시피에서만 공식집계로 최소 1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는 “해리슨 카운티 한 곳에서만 80명 가량 숨졌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 중 30명은 모두 해변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시 당국은 탐지견을 동원해 시신 발굴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피해지역마다 물이 계속 불어나고 있어 주지사들은 대피한 주민들에게 아직 복귀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짧게는 앞으로도 며칠, 길게는 수주일이 지나야 거주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캐서린 바비노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최악의 상황을 완전히 피했다고 할 수는 없으며, 귀가해봤자 완전히 ‘황무지’이므로 최소한 1주일은 귀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연방재해관리청(FEMA)은 “수십만명이 앞으로 수개월간 이재민 생활을 할 것”이라며 전력 공급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2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가 하면 뉴올리언스에서는 잔류한 사람들이 상점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생필품과 보석류를 도둑질하는 사례가 횡행, 재즈의 도시가 한순간에 무법천지로 변해버렸다.

CNN은 뉴올리언스의 도심 커넬가에서 약탈자들이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 음료수와 기저귀 등 생필품과 보석류를 털어 달아나는 장면을 수시로 방영했다.

AP는 약탈자들이 큰 쓰레기통을 들고 들어가 의류와 보석류 등을 닥치는 대로 퍼담고 있으며, 일부는 경찰과 주 방위군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노략질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가정주부는 “지금 뉴올리언스는 이라크의 바그다드 중심가와 같은 분위기”라면서 “모두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표현했다고.

한편 뉴올리언스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2,500여명 중 상당수의 집과 상가가 완전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전태일 뉴올리언스 전 한인회장에 따르면 교민들 대부분이 모여 사는 뉴올리언스 인근 매터리와 케너지역이 2m 가까이 물에 잠겨, 많은 한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민동석 휴스턴 총영사는 “교민 250명 정도가 도시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잔류하고 있다. 게다가 공항, 통신 두절, 현장 접근 불가로 인해 피해상황 파악에 어려움이 많다”며 대부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뉴올리언스 한인들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근지역 한인단체들은 피해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피해교민 돕기운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 김영만 회장은 “한인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여 한인단체 중심의 모금활동을 준비중”이라면서 “휴스턴에도 뉴올리언스 교민들이 상당수 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휴스턴으로 대피해온 뉴올리언스 교민들은 침수 장기화로 한동안 머물 거처를 물색하고 있지만 호텔 등은 이미 모두 찬 상태”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카트리나로 인한 한인들의 재산피해는 최대 수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무엇보다 교민들 상당수가 재난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구에 있어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미국 정부의 피해 복구 비용은 2001년 9.11 테러 때와 맞먹는 3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예산 탓 낡은 둑 방치 … 사발효과로 물 유입

뉴올리언스가 카트리나가 강타한 미국 남부 3개 주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저지대로 물이 몰리는 뉴올리언스의 특이한 ‘사발 효과(Bowl Effect)’때문이다.

사발 효과는 뉴올리언스가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어 도시를 둘러싼 둑이 무너져 내릴 경우, 저지대인 도심 전체가 물로 넘쳐날 때까지 계속 유입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발에 물이 완전히 차야 밖으로 흘러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뉴올리언스가 대형 참사를 입은 것은 50년 만의 최대 풍속을 기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적 특수성, 뉴올리언스를 둘러싸고 있는 둑의 동쪽 두 곳이 무너져 내려 사발효과가 나타나면서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번 카트리나 재해 뒤에는 인재(人災)가 숨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제방이 무너지면서 뉴올리언스 시내가 물바다가 된 것은 만성적인 예산 부족 때문에 낡은 시설을 보수하지 못한 것이 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거대한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 사이에 있는 뉴올리언스는 해수면보다 낮은 데다 폭풍의 공격을 받으면 조금씩 가라앉는 진흙땅 위에 있는 도시다.

제방시스템은 그러나 강도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되는 허리케인 중 3등급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3등급보다 더 강력한 4등급이었던 카트리나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것. 30년간 뉴올리언스의 제방 관리를 해온 전문가 알프레드 나오미 씨는 “올해 강력한 허리케인이 온다는 예보가 나온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7,100만달러나 삭감되는 바람에 둑을 보수하는 공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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