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담하지만 韓人들 뭉쳐 재기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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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담하지만 韓人들 뭉쳐 재기할것”
  • 국민일보
  • 승인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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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5일 (월) 18:46 국민일보

[본보 노용택 특파원 뉴올리언스 르포]


“다시 일어섭시다. 그동안 뉴올리언스 한인회가 둘로 쪼개져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하나로 뭉칩시다. 어려울수록 힘을 합쳐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사상 최악의 사태가 빚어진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국인들이 벌써 재기의 시동을 걸고 있다. 4일 오후 8시(이하 현지시간) 뉴올리언스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한인침례교회.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에서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한국인 피해자 40여명이 둘러앉아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참사 전 갈등을 빚곤 하던 대표적 한인회 두 곳의 간부가 함께 했다. 교민 피해 상황과 긴박했던 참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계속된 회의에서는 두 한인회간 이견이 간간이 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국을 떠나 ‘난리’를 당한 동병상련의 정으로 힘을 합쳐 복구 활동에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피해상황 파악과 복구작업 지원을 총괄할 공동 피해수습대책위원장으로 이상호(70)씨를 선출했다. 대책위는 참사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진입이 공식 허용된 5일부터 교민들이 함께 복귀해 집과 가게의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대로 본격적인 복구 계획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교민들의 인명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 소속 신성기 영사(휴스턴 총영사관 소속)는 “우려됐던 뉴올리언스 슬라이델 등지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 교민 2500여명은 대부분 미리 대피했고,잔류 교민 10여명도 허리까지만 물이 차오른 지역에 있어 일단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과 바람과 약탈로 인한 피해 복구는 많은 인내와 지원이 요구되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오후 뉴올리언스 서쪽 외곽 지역을 둘러본 유학생 박모씨는 “한인회장이 운영하던 미용실도 철제 뒷문이 뜯긴 채 약탈당한 상태이고,내가 살던 아파트는 지붕이 날아가고 집안 곳곳에 밀려든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어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현재 뉴올리언스 인접지역 곳곳에는 한인 대피소가 세워졌고,유학생 및 교포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교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배턴루지에만 한인침례교회,한인중앙교회,가톨릭 교우회,루이지애나주립대 한인학생회 등에서 대피소를 세우고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재미한인회총연합회는 휴스턴에 재해대책본부를 세우고 모금운동을 통해 이재민들에게 음식과 모포 등을 보내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등 각 지역 한인회로부터 생필품과 성금 등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

이재민 120여명이 모인 배턴루지 한인침례교회의 소재훈 목사는 “충격과 실의에 빠져 있던 교민들이 차츰 재기 의지를 되찾아 가고 있다”며 “이미 물이 빠진 서쪽 케너 지역 교민들은 집과 가게를 둘러보고 돌아왔으며,아직 침수돼 있는 곳은 인터넷에 제공되는 위성사진으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 한인학생회장 이태윤씨는 “한국 학생 60여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개강한 뒤에도 조를 짜 봉사팀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만 한인회총연합회장은 “수십년 피땀 어린 이민생활의 결실이 모두 날아간 상황은 암담함 그 자체지만 동포들은 한데 뭉쳐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배턴루지= 노용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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