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석좌 교수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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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석좌 교수 단독 인터뷰
  • 미디어한국
  • 승인 2005.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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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석좌 교수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교(1996년-현재) 역사학 석좌 교수는 1962년 한국에서 출생, 워싱턴주 공립 켄트-메리디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암스트롱 간병인 서비스 기관 암스트롱-홈케어 리아 암스트롱 대표의 장남인 그는 예일대학교 동아시아 학사, 영국 런던대 국제관계학 석사를 거쳐,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스승인 브로스 커밍스 교수가 재직 중이던 시카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혁명, 한국사회, 중심에 선 코리아 등 다수의 저서를 내 놓았다. 그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시애틀을 방문, 어머니 암스트롱 대표와 도 현재 집필 중인 북한 외교 관계사(North Korean Relation) 탈고 등으로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 바쁜 와중에도 미디어한국을 위해서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편집자 주>

미국에서는 요즈음 하루가 멀다하고 대북 매파들이 쏟아내는 강경 발언으로 인해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한국, 북한 등이 참여하는 6자 회담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 핵문제 유엔 회부, 경제 제재, 무력 사용 등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 근저에 자리한 북한을 전체주의 국가이자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스탈린 독재 국가라는 인식 또한 굳게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수제자이며, 미국 내에서 북한 연구의 차세대 선두 주자인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이렇게 단독 취재에 응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드린다. 먼저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시애틀을 찾은 목적에 대해서 말해달라.

-이곳에 어머님과 동생이 거주하고 있고, 이곳이 내가 성장한 곳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왔다. 지금 집필 중인 저서 북한 외교 관계사(North Korean Relation) 탈고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사양했는데, 어머니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 없지 않은가?(웃음) 이렇게 미국 내 한국 언론사 기자와 공식적인 인터뷰를 갖게 돼 기쁘고, 또 코리안 커뮤니티를 위해서 무슨 말이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기쁘다.

-한인 1.5세, 2세들 가운데 명석한 학생들이 많다. 세계의 석학으로 알려진 선배의 입장에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리안 커뮤니티 자녀들 가운데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들이 많다는 말에 동의한다. 나는 학자이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인도 많이 배출되어야 하겠고, 또 변호사나 의사 등도 많이 배출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학술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후학을 양성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순수한 2세 가운데 아직은 미국 고등교육 기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없어 약간은 아쉬움이 있다.

-북한에 갔다 온 줄 안다. 언제 북한을 방문했으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스테펜 린튼이란 친구가 있다. 그는 전남 순천에서 성장했는데, 현재 북한에 식량이나 의료품 등을 지원하는 유진 벨 재단(Eugene Bell Foundation)에 관계하고 있다. 그가 지난 1997년 11월초 북한 방문을 제의해서 이루어졌다.

당시 북한 사람들은 경제가 좋지 않은 관계로 상당히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호텔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만났더니 “미국인이 어떻게 북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을 오게 됐느냐?”고 물었다. 내가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미제국주의자들을 적으로만 생각했는데 너무 고맙다”며 거의 눈물을 보였다.

나는 그 종업원과의 만남을 통해서 한국과 북한도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가운데 접근해야 보다 더 서로를 이해하기 쉽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남과 북, 미국과 남북도 그러한 관점에서 서로 대화하면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사람들과 접촉한 것은 북한을 방문한 1997년 이전에는 없었나?

-아니다. 내 부전공이 중국사인지라 1986년부터 1987년까지 1년 간 중국 장춘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이때 많은 조선족들과 북한 유학생들을 만났다. 당시에도 북한의 경제는 좋지 않았는데, 북한 유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단편적이나마 북한의 경제와 정치 등에 관해서 알 수 있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대에서 북한을 바라보면서, 한국과 북한의 분단의 아픔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지난 6월 한양대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마련한 국제 학술회의에서 ‘북한과 희망의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논문의 주요 취지는 무엇이었나?

-북한 사회를 바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하면, 강제와 강압으로 움직이는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겉보기와는 달리 보통 사람의 자발적 참여 또한 높다. 물론 북한 체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도 중요하다. 북한이 문제와 위선을 많이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체제에 불만을 느끼거나 적극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은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능력 면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기능해온 정치 체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북한이 1980년대의 동유럽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더라도 북한 사회가 통제와 동원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사회라는 데 대다수가 공감한다.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북한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들 수 있겠다.

첫째, 북한체제는 일제 식민 통치에 기원을 두고 출발했다. 북한은 비록 일제 식민통치를 거부했지만, 이같은 경험은 북학 체제 형성과정에서 무의식적으고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사소한 예이지만, 북한의 군가에서도 그건 드러난다. 김일성의 ‘주체성’ 또한 일제 전시체제의 용어 ‘슈타이세이(主體性)’에 뿌리가 있다. ‘자력갱생’도 1930년대 일본의 군사 훈련에서 비롯한 것이다. 북한은 또한 체제 형성기 초반에 소련의 영향도 받았다. 하지만 1950년대와 1960년대 북한은 소련의 영향력으로부터 갈라져 나갔다.

따라서 북한은 진정한 의미의 스탈린 국가가 아니다. 한국전 이래 유지되어 온 끊임없는 전쟁동원 체제도 북한 체제를 형성하는 주요 요소이다. 이는 북한에서 집단 행동이 강조되고,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불안해 하면서 전재을 준비하고, 고도로 불안정한 국가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 10년 간이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은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가 아니다. 노동당의 권력은 현저하게 약해졌다. 북한은 오히려 군사 독재 체제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은 정치와 경제 모두 군대식으로 하지 않았나? 북한의 이같은 과거 전력이 현재의 북한 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통할 수 있는지 의문인데...

-북한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북한 사회 내부에서도 상당한 토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과거의 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진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정치 체제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변화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최악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경제 체제에 손질하면서도 통제력을 확보할 것인가이다.

북한의 경제 개혁파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경제 개혁의 핵심과제로 꼽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여전히 체제 안보와 국방이다. 경제는 2차적이며, 정권이 불안하다고 느끼면 북한은 더 이상 경제 개혁 조치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을 둘러싸고 아직도 6자 회담 등의 문제로 인해 국제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암스트롱 교수의 핵문제에 관해서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내가 낙관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내적인 측명에서다. 가장 큰 문제는 핵문제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핵 문제가 북한의 경제 개혁에 중대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핵문제는, 북한 체제 내 군부와 보수파에게 개혁을 막는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나에게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은 없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간의 핵 협상에서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미국측의 요구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북한은 이문제에 관해 확실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현재 북한 정책의 기조가 군사력 사용이 아님은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으며, 미국 당사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진짜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행동을 더 할 경우, 대북 경제 봉쇄 등 가혹한 경제 재제 조처를 동원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북한의 정권 붕괴를 노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생각으로는, 미국의 이같은 믿음은 북한 상황에 대한 대단한 오해에 기초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붕괴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북한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내부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을 둘러싼 한반도에서의 한국의 역할, 더 나아가 한국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이 한반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땅은 크지만 경제적으로는 떨어지는 중국, 땅은 작은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는 부강한 일본에 비해 한국은 땅도 크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강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전을 치루고 오늘날 여러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은 한마디로 파워플하다. 내가 한국민에 바라는 것은, 오랫동안 일제 지배하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 피해의식에서 벗어났을 때, 한국은 더욱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다.


-올 해가 8.15 광복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그렇지 않아도 히스토리 채널(History Channel)에서 한국의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인터뷰를 해갔다. 아마 14일이나 15일 그 채널을 청취하면 내가 생각하는 한국 광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