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방문 국회의원의 개탄
상태바
사할린 방문 국회의원의 개탄
  • 연합뉴스
  • 승인 2005.08.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주노사할린스크시<사할린>=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사할린의 코르샤코프항이 어떤 항인가. 일제시대 강제징용된 한인들이 첫발을 디딘 곳이고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하염없이 배를 기다리던 한 서린 곳 아닌가. 이 곳에서 광복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한인들을 위로하는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데 총영사도 교육원장도 눈에 띄지 않으니 이게 말이 되는가."

통일외교통상위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21일 코르샤코프시에서 열린 `광복60주년 코르샤코프 한인 대축제' 행사장에서 외교관들의 무성의에 혀를 찼다.

김 의원은 "외교관들의 존재 이유는 자국민 보호이다. 또 자국민들의 위상을 높여주고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도록 위로해 주는 존재"라며 "귀국하면 경과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음날인 22일에는 더 기가 막힌 말을 들어야 했다. 사할린 한인들이 "전대환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와 김윤수 사할린 한국교육원 원장이 행사가 열리는 동안 일부 한인 단체장들과 다른 곳에서 불고기 바비큐 파티를 열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던 것.

그는 "일부 외교관들의 동포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가 문제가 되긴 했어도 이 정도인지는 짐작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전 총영사가 축제에 앞서 18일 열린 사할린 우리말TV 개국 1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것도 사할린 한인들에게는 섭섭한 처사였다. 사할린 주지사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한 자리에 총영사관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총영사관측에서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이유를 댔다.

이 방송국 관계자는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개국 1주년을 축하한다는 팩스 한 장 보낼 수 없는가"라면서 "행사에 정부 관계자가 참가하느냐 안 하느냐는 한인들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행사에는 국회의원, 방송위원회 관계자, 기업체 임원, 국내 언론사 등이 참가해 개국 1주년을 축하했다.

20일 한인들을 위한 대축제에 참가한 전대환 총영사의 축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광복60주년 기념행사에 러시아어로 축사를 했던 것. 이를 지켜 보던 한인들 수십여 명은 야유를 보냈고, "오늘이 어떤 날인데 한국말로 축사를 안 하고 러시아어로 하느냐"고 웅성거렸다.

전 총영사를 수행했던 관할지역 영사는 "총영사가 부임한 지 5개월밖에 안돼 분위기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