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에 닿은 한국인의 온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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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에 닿은 한국인의 온정>②
  • 연합뉴스
  • 승인 2005.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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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잃은 도르카 "또다른 아버지 있어 다행"

(베이라<모잠비크> = 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 "사진으로만 보던 아이들을 빨리 만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꿈을 품고 사는지 알고 싶어요." 아프리카에 사는 결연아동을 만나는 일은 결코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김영률 차장(이랜드월드)과 유재균 차장(이랜드시스템즈).우순형 과장(2001아울렛) 부부는 3일 적도 너머 모잠비크의 한 시골마을로 향했다.

홍콩을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모잠비크 제2의 도시 베이라까지 25시간이 걸렸다. 또 베이라에서 120㎞ 정도 떨어진 나라숑가 마을까지는 곳곳이 패인 길을 따라 하염없이 달려야 했다.

"아이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거부반응을 보이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6일 아침 결연아동을 만나러 가는 내내 후원자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걱정이 뒤섞였다.

오랜 식민지와 내전을 경험한 모잠비크 사람들은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독한 가난과 질병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큰 상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유엔은 모잠비크 인구 약 2천만명 가운데 올해 58만명이 식량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식수와 의료서비스의 부족은 만성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이 나라 문맹률은 47%에 달하며 초등학생의 진학률은 10%에 훨씬 못미친다.

기아대책은 1987년 이후 식량문제 개선을 위한 지원을 시작으로 농업재활 프로그램,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함께 국내 후원자와 현지 어린이를 연결하는 결연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후원자들이 매월 2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하면 기아대책은 현지 어린이 개발사업(CDP)과 아동 교육지원을 병행, 후원자에게 그 내용과 후원 어린이의 현재 상황을 정기적으로 전해준다.

나라숑가 초등학교의 교실 완공식 일정에 맞춰 이뤄진 이번 후원자 현지 방문에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선생님이 꿈이라는 지토(12.남)는 멀리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만나기 위해 평소 아끼던 새옷을 꺼내 입었고 아버지 토모센씨는 이날 지토에게 손목시계도 빌려줬다.

유재균 차장은 지토를 위해 준비한 크레파스와 공책, 연필 등을 선물하면서 "꼭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지토는 "한국의 아저씨를 만나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또 김영률 차장은 산파가 장래희망이라고 말하고 수줍게 웃는 마리아(12.여)를 꼭 껴안아준 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직접 얼굴을 보니 너무 기쁘다, 모잠비크를 치료하는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즐거워했다.

후원자들은 이날 후원아동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한 동이의 물과 한 움큼의 옥수수와 콩으로 끼니를 잇고 대부분의 생필품을 자급자족하고 있는 나라숑가 사람들. 갈대를 엮고 흙을 발라 만든 조그마한 집이 10여명이 넘는 대가족이 사는 유일한 보금자리였다.

맨발의 아이들은 말라리아에 걸려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죽고 여자 아이들은 13-15살에 첫 출산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우선 의식주 해결에 급급하다. 모잠비크 정부도 변변한 투자를 하지 못해 외부의 교육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후원아동 조아오(15.남)의 아버지 레이테씨는 "지금 우리는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내 아들이 여러분의 지원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어 감사한다"며 "애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르카(13.여)는 며칠 전 아버지를 여읜 뒤 일자리를 찾는 어머니를 따라 나라숑가에서 베이라의 마삼바 지역으로 이사했다.

도르카는 자신을 후원하고 있는 김영률 차장을 만나자 "내게 또 다른 아버지가 있어 다행"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모잠비크 기아대책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나클레토 목사는 "후원자가 마삼바 같은 빈민가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들에게 기적과 같다"며 "한국 후원자들의 관심이 아이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아나클레토 목사는 이어 "모잠비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면서 "한국과 모잠비크 사람들이 돈독한 우정을 꾸준히 쌓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anarmdri@yna.co.kr
  (끝)

  등록일 : 08/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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