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에 닿은 한국인의 온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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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에 닿은 한국인의 온정>①
  • 연합뉴스
  • 승인 2005.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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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숑가 이랜드교실 완공된 날

<<※편집자주: 연합뉴스는 8월3일부터 10일까지 아프리카 남동부의 모잠비크를 방문, 이랜드와 한국 기아대책본부가 후원한 나라숑가 초등학교 교실 짓기와 국내 후원자의 결연아동 만남 등 행사를 동행 취재했다.

모잠비크는 아랍의 지배를 받다 16세기에 들어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됐다. 500년 가까이 혹독한 식민지배에 신음하다 1975년 독립했지만 집권 좌파정권과 우파 저항세력이 1992년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계속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민주화에 박차를 가해 최근 연 8%의 안정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지만 연전히 외국의 원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식민지배와 내전, 질병과 기아로 고통받는 모잠비크에서 한국의 구호단체와 기업의 후원활동을 ①나라숑가 이랜드교실 완공된 날 ②인도양을 건넌 후원자의 사랑 ③한-모잠비크 우호에 초석 놓는 사람들로 나눠 실었다.>> (베이라<모잠비크> = 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 "코레아 호이예, 나라숑가 호이예!" 5일 한국 기아대책본부와 이랜드의 지원으로 모잠비크 나라숑가 초등학교의 교실이 완공된 날, 학생과 학부모들은 '호이예'(좋아)를 외치며 온종일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어른들은 저마다 전통악기를 들고 나와 갖가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아이들은 손을 흔들고 노래를 합창하며 인도양 너머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아프리카 남동부 연안국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와 마주보고 있는 모잠비크.

나라숑가는 모잠비크 제2의 도시인 베이라에서 100여㎞ 떨어진 곳에 있는 한적한 마을로 초등학교가 이곳의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이날 2개 교실이 완공되면서 나라숑가 초등학교에는 모두 9개의 교실이 들어섰다.

이랜드와 기아대책이 2003년 이후 계속 교실을 증축하고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하지만 1천8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교실마다 어린이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고 흙바닥을 공책 삼아 공부하는 '야외 교실'도 12개반이나 된다. 학교 운동장에는 건드리면 곧 쓰러질 것 같은 통나무 축구골대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실내, 야외 교실 모두 책걸상을 찾아볼 수 없고 14명의 교사 1인당 1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맡아야 하지만 바로 이곳이 나라숑가 마을의 희망이 움트는 곳이다.

벽돌과 시멘트로 교실(4m×6m) 한 칸을 짓는 데는 1만달러 정도가 들지만 대부분의 건축 기자재를 수입하는 열악한 산업구조와 일반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40-50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더구나 나라숑가 마을과 같은 시골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교실을 짓는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험난한 근.현대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생산수단이 파괴된 탓이다.

모잠비크는 500여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 1975년에야 독립했으나 30년이나 계속된 내전과 100만명 이상의 인명손실 등으로 남아프리카 최빈국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1994년 내전 종식과 대통령 선거, 시장경제 도입 후 정치적 안정과 경제성장의 길목에 접어들었다. 모잠비크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7.8%에 이어 올해 7.3%의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식민지 경험과 내전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도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지뢰매설지역 표시선, 높은 유아사망률(1천명 중 130명)과 짧은 평균수명(40.3세), 전체 인구의 12%가 넘는 에이즈 보균자(약 180만명) 등은 모잠비크 국민의 시름을 깊게 하는 것들이다.

농장과 산업시설은 노후화돼 있고 도시에서조차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모잠비크 공무원은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교육이 희망"이라고 외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교육과 인재양성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지역의 교육책임자인 타카린두아씨는 "망고나무 아래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제 교실에서 수업하게 됐다"며 한국의 후원자와 마을 주민들이 끈끈한 유대관계를 계속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그는 또 외부의 지원이 한정돼 있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고 덧붙였다.

모잠비크에서 초등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국가의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사들에 대한 처우도 열악해 이직률이 높은 실정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90% 이상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다.

나라숑가 마을이 속한 야마탄다군(郡)에는 전체 아동의 25%인 3만7천여명이 71개 초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그나마 이 가운데 1천440명 정도가 군의 유일한 중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모잠비크에서 8년째 교회개척 사업을 하고 있는 이상범 선교사는 "청년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체념하며 사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이어 "한국과 모잠비크는 식민지 경험과 내전, 빈곤의 경험 등 닮은 점이 많다"며 "한국은 예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는 입장에서 이제 다른 나라에 지원을 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랜드에서 보낸 편지가 낭송되는 내내 학생들의 함성이 후렴구처럼 따라붙었다.

"여러분, 여기에 새롭게 새워진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키우고 사랑을 배우세요. 모잠비크의 미래는 여러분에 의해 달라질 것입니다." "오브리가두(고맙습니다)!"
   hanarmdri@yna.co.kr
  (끝)
  
 등록일 : 08/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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