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권익신장 앞장선 고려인 물리학자 '쌍두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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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권익신장 앞장선 고려인 물리학자 '쌍두마차'
  • 연합뉴스
  • 승인 2005.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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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인구 120만 명의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시에는 강제이주된 고려인과 후손 7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사범대 체르카신 블라디미르 세르게예비치 이(83) 교수와 크라스노야르스크공대 세르게이 강(73) 교수는 이 지역에선 물리학의 권위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들은 11일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의 유공동포 초청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몽골과 러시아 접경지역인 투바인민공화국(현 투바공화국)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자기장 변화의 영향' 등 물리학의 자성, 자기학 분야의 권위자이다.

이 교수는 1937년 반혁명적인 트로츠키주의 혐의를 쓰고 체포돼 복역한 뒤 석방돼 석탄공, 난로공으로 일하다 1942년 고려인으로는 유일하게 '노동군'에 징집돼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1946년 전역 후 크라스노야르스크로 이주한 그는 1952년 30세가 돼서야 학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을 밟은 뒤 그는 사범대 교수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어렸을 때 꿈이 70년만에 이뤄졌다"고 첫 방한 소감을 말한 이 교수는 "고려인 2-3세들의 두뇌가 아주 뛰어나지만 학문의 길보다는 경제 쪽으로 진출하려고만 한다. 이들의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고국의 도움을 요청했다.

프리모르스키의 얀메도에서 출생한 강 박사는 1937년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 됐다. 1951년 고르키시 사범대 물리수학학부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물리교사로 재직하다 1958년 크라스노야르스크 사범대 물리학 박사과정에 들어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그네틱 필름'에 대한 연구와 발명특허로 이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는 과학기술전문대 물리학 교수로 일하다 1981년 크라스노야르스크 주립 공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이론기계공학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지역 고려인협회를 설립해 부회장을 맡고 있는 강 박사는 고려인 후세를 위한 전통문화 강좌와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 교사가 없어 15명씩으로 구성된 2개 학급의 한국어 교실이 폐쇄될 위기에 있다"며 한국어 교사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고려인 2-3세들은 고려인의 뿌리를 다 잊고 러시아 사람이 돼가고 있다.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고려인 후손들에게 모국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 박사와 강 박사는 "처음 모국을 방문해 보니 감격스럽고 아주 잘 살고 있어 가슴 뿌듯하다"며 "300여 명의 고려인 후손들이 고국을 돌아보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물리학 박사는 한국의 대학과 러시아 대학 간 물리학 관련 교류가 추진되길 희망했다.

   ghwang@yna.co.kr
  (끝)

등록일 : 08/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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