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인이민사' 해외유공동포 대거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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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인이민사' 해외유공동포 대거 방한
  • 연합뉴스
  • 승인 200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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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은 한인이주의 역사성을 부각시키고 한민족의 위상 강화를 위해 오는 11-17일 해외 유공동포를 대거 초청한다.

2일 재단에 따르면 올해로 8회째 맞는 올해 행사에는 러시아, 쿠바 등지에서 동포 22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7일 간 서울, 아산, 경주, 파주 등 4개 도시를 순회하며 고국을 체험한다.

아울러 행사 기간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살아있는 한민족 이민사의 한 부분을 역사로 남기는 '고난사 발표회'를 가진다.

올해 방한 인사로는 구소련시절부터 우주, 국방 등 첨단과학의 밑바탕이 된 물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 지부 부원장 유리 안드레이비치 홍 박사(60)가 눈에 띈다.

홍 박사는 38년 이상 쌓은 탁월한 업적으로 독토르 학위심사 특별이사회 회원으로 활동했고, 90여 권 이상의 방대한 학술저서를 발간해 1998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인 과학공훈자 명예작위를 받았다. 톰스크 고려인협회를 설립해 고려인들의 권익신장에 정열을 쏟고 있기도 하다.

체르카신 블라디미르 이(83) 교수도 격변기 혼란 속을 살아간 고려인들의 '살아 있는 역사교과서'로 주목된다. 그는 구소련이 2차대전 당시 적성국 민족인 볼가강 유역의 자국 독일계 사람들을 후방으로 소개(疏開)할 때 이들과 함께 '노동군'에 편성돼 생사를 넘나드는 강제노역을 온 몸으로 감내했던 인물.

그는 해방 후 동원이 해제돼 크라스노야르스크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이 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구소련의 전설적인 노력영웅 고 김병화 옹의 손자인 알렉산드르 에듀아도비치 김(31)씨는 할아버지의 공적을 세세히 알고 있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인 이주사에서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화 옹은 1937년 구소련의 이주정책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이주했다. 그는 이곳에서 집단농장 콜호스 건설의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우즈베키스탄공화국에서 3명밖에 없는 2종의 사회주의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우즈베키스탄에는 '김병화거리'가 있다.

최선옥(72)씨는 1907년 대한제국의 군대가 해산되자 의병을 일으켜 서울진격을 시도한 의병 허위의 손자 며느리. 최씨로부터는 왕산 허위의 의병활동과 함께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이주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키르기스스탄 기술경제센터장을 맡고 있는 펠릭스 테렌티에비츠 김(61)씨도 주목할 만한 인물.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려인 10가정을 7년 동안 돌보고 고려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등 동포사회에 기여를 해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쿠바 한인회의 임원을 맡고 있는 김 카탈리나 추(76)씨는 멕시코를 거쳐 쿠바로 이주하게 된 한인들이 살아온 이민생활을 생생하게 증언해 줄 수 있는 인물로 관심을 끈다.

이광규 이사장은 "초청되는 유공동포는 대부분 생생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하루 빨리 숨겨진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며 "동시에 이들이 더욱 당당하게 살도록 긍지를 심어주고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ghwang@yna.co.kr
  (끝)

등록일 : 08/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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