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팔아 중국동포에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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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팔아 중국동포에 장학금
  • 세계일보
  • 승인 2005.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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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풍림약업사 대표
◇26일 중국 내 우수한 교원들에게도 격려금을 전달하고 있다는 풍림약업사 백만호 대표.
“무료 한방병원을 세워 몸이 아픈 이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중국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양국이 더욱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중국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시 제1소학교와 제5중학교 학생 20여명에게 최근 장학금을 전달한 풍림약업사 백만호(44) 대표. 무역·식품·제약업도 겸하고 있는 백 대표는 26일 제2회 풍림 문학상과 장학금을 전달받은 학생은 조선족뿐 아니라 한족 학생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각종 약재와 함께 살아 한약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현재 중국을 오가며 한의학 약을 통틀어 연구하는 학문인 본초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풍림약업사는 한국에서 가장 큰 약재 시장인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경동시장에서 단기간 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사업체. 허름한 옛날 한옥을 개조한 작지 않은 공간의 선반에는 정리가 잘된 여러가지 한약재가 놓여 있었다. 옆 안쪽 공간에서는 직원들이 쾌적한 실험실까지 갖추고 좋은 약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백 대표가 경동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때는 17년 전으로, 아르바이트하던 회사의 매출을 석 달 만에 열 배로 올려 한약 상가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어떻게 하면 장사를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가게 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인사를 했죠.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한 달 넘게 계속 인사를 하자 사람들의 발길을 가게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대하는 진실한 마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많이 가져 큰 인적 자산을 확보한 백 대표는 주변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해 급성장을 한다. 현재 경동시장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큰 사업체로 우뚝 섰다.

“베푸는 삶을 산다는 것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 되는 일이 아니죠.”

백 대표는 사업에 성공한 만큼 사랑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에 베인 습관처럼 남을 돕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그는 남을 위하고 또 위하는 삶이 마냥 행복한 것. 국경 넘어 중국 학생들을 돕는 것은 남북이 통일된 후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백 대표의 이러한 나누는 삶은 뼈대 있는 집안 내력에서 엿볼 수 있다. 할아버지는 저녁때 굴뚝에 연기가 안 나는 집을 보면 쌀자루를 짊어지고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도 약재상을 하며 아픈 사람에게 무료로 약을 나눠 주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그가 남을 대접하고 섬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의 자녀 백승은(송곡여고 2년)과 백용구(도농중 3년)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뜻을 같이한 친구들과 함께 자신들의 용돈을 모아 중국 친구들에게 아버지를 통해 보냈다. 고마움의 편지를 여러 차례 받은 이들은 현재 용돈을 아껴 장학금까지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4대에 걸쳐 남을 위해 생활하는 백 대표 가정의 사랑의 손길은 수년째 중국에까지 미치고 있다.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의 사랑을 전하며 민간외교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 중국인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현지 각종 언론 매체로부터 한중 우호관계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뿌듯하다고 한다.

백 대표는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중국 아이들로부터 자신도 열심히 공부해 남을 도우며 살겠다는 편지를 읽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남창룡 기자 nc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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