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판화가의 한국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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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판화가의 한국사랑
  • 연합뉴스
  • 승인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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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판화가 폴 자클레 작품 109점 기증받아

   
▲ 폴 자쿨레(Paul Jacoulet·1896∼1960)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재개관 100일을 앞두고 20일 마련한 기자회견 자리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일본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는, 프랑스 출신 판화가 폴 자클레(Paul Jacoulet.1896∼1960)의 판화작품 109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재일동포 2세 나성순(58.테레즈 나 자클레)씨.

그는 이날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폴 자클레의 목판화 작품들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에 나씨가 기증한 작품들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4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浮世繪)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일본에서 활동했던 프랑스인 판화가 폴 자클레가 한국, 중국, 일본, 미크로네시아 등 아시아인들을 소재로 제작한 일련의 다색 목판화 작품들이다.

우키요에란 14~19세기 서민생활을 기조로 해 제작된 일본 회화의 양식으로 일반적으로 일본 고유의 '목판화'를 지칭한다.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에 들어서면서 사진ㆍ기계인쇄 등의 유입으로 쇠퇴했으나, 당시 유럽인들에게 애호되어 프랑스 화단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이번에 나씨가 기증한 109점의 작품들 중 37점이 1930∼50년대의 우리나라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

폴 자클레는 1930년대 수 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해 스케치를 해서 목판화 작품들을 제작했고, 1934년에는 서울의 미츠코시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에서 판화전을 열기도 했다.

이번 기증품들에는 돌을 맞아 색동옷을 입고 있는 아이,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바느질을 하는 아낙네와 아들의 편지를 읽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등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상이 우키요에풍 양식의 다색 판화로 표현돼 있다.

자클레는 1930∼50년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으며, 유럽인으로 아시아적 양식을 구현하는 목판화가로 40ㆍ50년대 미국에서 먼저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3년 일본의 요코하마미술관에서는 그의 특별전이 열린 바 있다.

이 전시를 기획했던 사와타리 기요코 요코하마미술관 학예실장은 당시 "최근 서구 미술계에서 서양인으로서 아시아를 소재로 한 작가들에 대해 활발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중앙박물관의 일본미술 담당 큐레이터 선승혜 씨는 기증작품들에 대해 "일본의 전통 우키요에는 보통 5가지 색으로 표현되는데 비해 폴 자클레의 목판화 작품들은 다색으로 표현됐고, 스케치 연필 선의 표현이 목판에 그대로 살아있어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자클레는 일본과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목판화 작가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작품을 기증한 나성순 씨는 자클레가 한국에서 작업을 하던 당시 조수로 삼은 나영환씨의 딸로 후에 자클레가 그를 양녀로 맞았다. 1960년 사망하면서 자클레는 그의 작품을 모두 양녀인 나씨에게 남겼다.

나씨는 기증품들에 대해 "양아버지인 폴 자클레의 한국에 대한 마음이 담긴 작품들"이라며 "한국에 남기는 것이 의미깊은 일일 것 같아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박물관은 2006년 한ㆍ불수교 12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열어 이번에 기증받은 109점의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yonglae@yna.co.kr 
(끝)

등록일 : 07/20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