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할머니 공공근로 안 하면 살 수 없어"
상태바
"78세 할머니 공공근로 안 하면 살 수 없어"
  • 오마이뉴스
  • 승인 2005.07.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마이뉴스 2005-07-20 11:56]
[오마이뉴스 이철우 기자] EBS에서는 오는 21일 밤 10시부터 50분간 EBS 스페셜 '잃어버린 60년, 우토로 조선인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 '바라는 거… 그냥 여기서 끝까지 살고 싶습니다. 그게 소원입니다.'
ⓒ2005 EBS 스페셜

우토로는 일본 교토 우지시에 있는 조그만 마을로 일제강점기 교토 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 징용자 1500여명이 끌려갔다가 해방 후 뱃삯은커녕 먹고 살길도 막막한 사람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곳으로 현재 약 6500평 땅에 65세대 약 200명의 재일동포와 2,3세들이 함께 살고 있다.

1987년 토지 소유주였던 닛산차체가 서일본식산에 토지를 매각하면서 2000년 일본 최고 재판소는 우토로 주민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이에 우토로 주민들은 거주권을 위협받고 있으며 현재 우토로 땅 소유주는 한국인 3세인 개인 부동산 업자로 한국 정부에서 토지를 매입 할 것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 27일에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우토로문제를 생각하는 국회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이 '역사청산! 거주권 보장! 우토로 국제대책회의'를 결성하고 우토로 거주 1세의 고향방문 실현과 서명, 모금운동, 토론회들을 벌여왔다.

EBS 구성작가인 조정윤씨는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계기에 대해 "<한겨레 21> 기사를 보고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취재를 하게 된 것"이라며 "한일 문제가 근본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본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어 그는 "총련 쪽에서 그동안 지원을 많이 해왔고 민단에서는 최근 들어 언론과 시민단체에 많이 알려지고 나서 지원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며 "일본이 강제로 끌고 간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 정부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거주권 위기에 몰린 우토로에 조선인들이 살게 된 배경과 차별실태, 그리고 민사상 문제로만 부각되고 있는 데에 대한 일본의 근본 책임문제, 총련과 민단의 지원 등에 대해 소개하고 우토로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던 교토 40번지의 해결책을 살펴보며 우토로 문제의 정당한 해결방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 밝혔다.

다음은 '잃어버린 60년, 우토로 조선인의 눈물' 김민태 PD와 인터뷰

- 우토로를 직접 보고 온 느낌은?

"일본에서 그것도 우토로라는 데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취업도 안 되고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무섭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가슴 아픈 건 그들은 무기력하고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물은 쓰지 않고 펌프질해서 물을 길어 올리는 곳이 4가구당 1군데다. 우지시에서 지원을 하지 않는다. 하수도가 없어서 구정물이 내려가는 것도 다보이고 그렇다."

- 일본 정부에서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재일동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고령자 연금문제다. 이건 우토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토로에 고령자가 워낙 많아 피해사례가 많다. 60세 이상인 사람은 연금을 받게 되어있는데 조선 사람은 연금에 가입이 안 된 상태다. 81년 난민조약 때부터 가능하게 됐는데 지금 우리나이로 78살부터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그분들 말씀대로 죽기 직전의 노인 분들이 소송을 걸고 있다. 돈을 받는다는 것보다는 부당한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78살인 할머니가 공공근로에 나가 휴지를 줍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태다."

- 3세대들은 우토로를 많이 떠났다고 하던데?

"취업문제로 많이 떠났지만 아직도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고 현재 우토로에는 202명이 살고 있다. 워낙 가난해서 교육에도 문제가 있고 민족학교 같은 경우는 학위도 인정이 안 된다. 일본 대학을 나와도 취직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 일용직이나 자영업으로 근근하게 먹고사는 실정이다. 벽돌공장이나 파친코, 식당 등에서…. 물론 이건 재일동포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 조선인 3세가 땅 소유주로 알고 있는데, 해방 후 조국에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둘 중의 하나 아닌가? 돈이 없어서 못 들어오거나, 친일파던가?

"그 사람 이름이 이누우에 인데, 조선인 3세라는 것 말고는 확인을 못했다. 그러나 주민들 말로는 그 사람은 실제 주인이 아니고 야쿠자가 실제 주인이라고 하더라. 이노우에는 그냥 철거를 담당하는 똘마니 정도로 보인다. 그래서 협상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말이 안 통한다고."

- 현재 우지시의 입장?

"인터뷰 날짜까지 잡았다 취소됐다. 대신 서면으로 답변이 왔다. 역사문제가 아닌 민사문제로 본다. 당사자 간 해결원칙이다. 한마디로 땅 소유주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다만 그전과 변한 게 있다면 인권측면에서 강제철거를 원하지는 않고 강제 퇴거까지는 안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 재일동포 사회에서 지원은?

"사실 지금껏 총련 쪽에서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지원을 해왔고 우토로를 신경 쓰고 역사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것도 총련이다. 그런데 우토로 주민대표인 엄명부씨가 민단 소속이다. 민단에서도 최근 들어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민단 미나미교토 지부와 총련 미나미야마시로 지부가 지난 3월 30일 교토부 우지시의회에 우토로에 대한 행정지원을 요청하는 공동 청원서를 제출했다."

- 땅값이 얼마인가?

"우리 돈으로 50억 정도다. 우리가 오기 전에 정례회의를 열고 엄명부씨가 종이를 나눠주고 가구당 땅을 사는데 얼마나 돈을 낼 수 있는지 의사확인을 했다. 다 합치면 5억 정도 되더라. 땅값의 1/10 정도지만 그거라도 부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고, 나머지는 한국사회와 재일동포사회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 우토로 마을처럼 강제 퇴거 상황이던 교토 40번지 주민들은 일본 정부의 토지 매각 후에 시에서 운영하는 아파트 단지로 입주했다는데 그러면 다 해결된 것 아닌가?

"교토 40번지는 가무가와 강가의 긴 판자촌으로 조선인 100명이 살았다. 우토로보다 더 못살던 한인촌이었다. 물론 시소유인 임대아파트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100명 중 1/5 이 강제징용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강제징용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임대아파트로 마무리된 것은 문제가 있다.

우토로 문제도 토지를 매입해주고 하는 동정의 시각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다큐멘터리에 포함시켰다. 과거사에 대한 문제. 즉,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사죄도 없이 단지 인권의 차원이라든가 민사사건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