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바뀌는 것이 세상이고 보면 정책도 바뀌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신규 예산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신규 사업? 당연히 사절이지만, 필요성만 인정받으면 예산 배정 1순위로 등극하는 영광을 안기도 한다. 초고속정보고속도로 구축, IT 산업 육성 같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각 부처의 신규 사업 발굴 노력은 눈물겹다. 부처의 존속은 물론 힘을 실어다 줄 신규 사업의 매력을 떨쳐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잘 한다고 신규 사업을 만들어 내고 이것을 인기상품으로 포장한 다음 예산 배정 1순위로 올려놓는 것도 경험을 가진 부처가 잘 하는 편이다. 예산투쟁도 마찬가지다.
재외동포재단 그리고 본부 격인 외교부는 이러한 예산투쟁을 얼마나 잘할까? 외교부는 다른 부처가 갖지 못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해외에서 주로 돈을 쓴다는 점이다. ‘해외’ 사정을 잘 알기 어려운 재경부 관리는 전통적으로 외교부의 요구를 잘 들어준 편이다. 공관을 짓고 의전용 차를 사고 해외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확보하는 면에서 이제까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이유다. 반면에, 재외동포 관련 예산 확보에는 늘 어려움을 겪는다. 내부적인 문제로는 재외동포재단 예산이 전체 외교부 예산에 묶여 있음에 따른 난점이다. 외교부가 재외동포 관련 사업보다 다른 사업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재외동포재단에 돌아갈 예산을 이 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외동포 관련 사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재경부를 설득하려면 전력투구가 필요한데, 외교부 내에서 다른 사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존재하는 한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 재외동포재단이 번번히 예산투쟁에 실패하는 이유 그리고 예산 증액을 약속 받고도 외교부의 다른 사업으로 그 예산이 돌아가는 이유는 이런 구조에도 한 원인이 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외동포재단은 사이버 한민족청 구축과 한상네트워크라는 시대 조류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예산의 증액에 부분적이나마 성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예산투쟁을 벌였을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 사회 그리고 국내 관련 전문가의 배는 여전히 고프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이다.
현재 재외동포 규모는 600만 명, 이 가운데 우리 국적을 가진 국민 곧 재외국민이 200만 명 정도이다. 이들 재외국민 가운데 해외에 유학, 주재원 자격으로 일시체류하는 사람을 50만 명 정도로 잡더라도 전체 국민 4,500만 명 대비 1%를 상회한다. 반면에, 2002년의 경우 재외동포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 174조 대비 0.027%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국내에서 생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1%의 10분의 1 곧 0.1% 1,800억 원 정도는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최하한이다.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