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 예산을 증액하라면 누가 제일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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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 예산을 증액하라면 누가 제일 싫어할까?
  • 이종훈
  • 승인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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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경부다. 정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재경부는 각 부처와 산하기관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가세한 예산투쟁에 신물 날 지경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나 국민은 어떤가? 무슨 일이 터지면 늘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비판하며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얼굴 없는 돈, 정부 예산은 이렇게 뜯기고 저렇게 뜯기다 보면 언제나 부족하다. 수급 면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 예산이다 보니 관리 부서로서는 일단 낮게 치고 보는 것이 관례다. 신규 사업도 당연히 사절이다.
하지만, 바뀌는 것이 세상이고 보면 정책도 바뀌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신규 예산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신규 사업? 당연히 사절이지만, 필요성만 인정받으면 예산 배정 1순위로 등극하는 영광을 안기도 한다. 초고속정보고속도로 구축, IT 산업 육성 같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각 부처의 신규 사업 발굴 노력은 눈물겹다. 부처의 존속은 물론 힘을 실어다 줄 신규 사업의 매력을 떨쳐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잘 한다고 신규 사업을 만들어 내고 이것을 인기상품으로 포장한 다음 예산 배정 1순위로 올려놓는 것도 경험을 가진 부처가 잘 하는 편이다. 예산투쟁도 마찬가지다.
재외동포재단 그리고 본부 격인 외교부는 이러한 예산투쟁을 얼마나 잘할까? 외교부는 다른 부처가 갖지 못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해외에서 주로 돈을 쓴다는 점이다. ‘해외’ 사정을 잘 알기 어려운 재경부 관리는 전통적으로 외교부의 요구를 잘 들어준 편이다. 공관을 짓고 의전용 차를 사고 해외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확보하는 면에서 이제까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이유다. 반면에, 재외동포 관련 예산 확보에는 늘 어려움을 겪는다. 내부적인 문제로는 재외동포재단 예산이 전체 외교부 예산에 묶여 있음에 따른 난점이다. 외교부가 재외동포 관련 사업보다 다른 사업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재외동포재단에 돌아갈 예산을 이 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외동포 관련 사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재경부를 설득하려면 전력투구가 필요한데, 외교부 내에서 다른 사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존재하는 한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 재외동포재단이 번번히 예산투쟁에 실패하는 이유 그리고 예산 증액을 약속 받고도 외교부의 다른 사업으로 그 예산이 돌아가는 이유는 이런 구조에도 한 원인이 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외동포재단은 사이버 한민족청 구축과 한상네트워크라는 시대 조류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예산의 증액에 부분적이나마 성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예산투쟁을 벌였을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 사회 그리고 국내 관련 전문가의 배는 여전히 고프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이다.
현재 재외동포 규모는 600만 명, 이 가운데 우리 국적을 가진 국민 곧 재외국민이 200만 명 정도이다. 이들 재외국민 가운데 해외에 유학, 주재원 자격으로 일시체류하는 사람을 50만 명 정도로 잡더라도 전체 국민 4,500만 명 대비 1%를 상회한다. 반면에, 2002년의 경우 재외동포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 174조 대비 0.027%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국내에서 생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1%의 10분의 1 곧 0.1% 1,800억 원 정도는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최하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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