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써야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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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써야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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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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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쓰는 부담이 정신건강 헤쳐, 대화할 친구 없어 우울증 겪기도
2005.07.03

미디어다음 / 최용진 호주 통신원

모국어를 사용하는 노인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노인에 비해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일간지 에이지는 모국어를 사용하는 노인의 수명과 외국어를 사용하는 노인의 수명을 비교한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의 연구 결과를 최근 보도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비영어권 노인들은 대부분 자식을 따라 이민을 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영어 사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결국 이 부담이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쳐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올가 카니사키 교수는 “비영어권 노인들의 경우 몸이 아파도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의사에게 증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엉뚱한 병원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비영어권 노인들은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주에서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이탈리아어를 사용할 수 있는 양로원을 세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구팀은 이곳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수명을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호주 모나쉬 대학의 수잔나 런치 교수는 “이 양로원에 살면서 모국어를 사용하는 노인들은 일반 양로원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노인들에 비해 수명이 훨씬 길었다”고 말했다.

런치 교수는 모국어를 사용하는 노인들의 장수 원인에 대해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모국어로 대화하는 것은 고국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느끼게 해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기 때문”이라며 “또한 모국어를 알아듣는 양로원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해 적절하고 신속한 의료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양로원에서 지내고 있는 이탈리아 이민자 안토이네떼 미아크 (84)는 “호주에 와서 외로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여기서 마음 맞는 이탈리아 친구를 만났다” 며 “호주에서 와서도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국어를 계속 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호주에는 이민자가 계속 늘고 있어 65세 이상 노인 중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노인의 비율은 지난 20년간 66% 이상 늘었다. 당국은 2011년에는 호주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세 명 중 한 명이 비영어권 국가의 노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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