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보고, 글로벌 CEO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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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보고, 글로벌 CEO모델
  • 황상석
  • 승인 2005.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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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상석 세계닷컴 대표
장보고 청해진 대사의 삶을 다룬 KBS 드라마 ‘해신’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퓨전역사드라마를 지향했던 이 사극은 장보고대사를 죽인 ‘염장(송일국 분)’이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최수종 분)의 연기와 장대사의 위대한 업적이 오히려 퇴색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이로인해 몇몇 장보고 전문가들은 “해신이 무슨 장보고 대사의 삶을 다룬 드라마냐? 차라리 ‘염장 드라마’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 ‘해신’으로 말미암아 장보고 대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특히 이 드라마에 주목한 것은 해신의 주인공인 장보고 대사가 오늘날 글로벌 CEO의 모델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신라를 중심으로 당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왕국을 건설했던 장보고는 이미 1200여년전에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첫째, 장보고가 재외 신라인출신 무역상을 하나로 묶은 ‘재외신라인 동포네트워크’를 구축했던데서 찾을 수 있다. 둘째, 불교의 선종을 후원, 재당신라인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았던 것. 셋째, 당시 절대왕정체제에서 국가간의 무역인 공무역이 쇠퇴한 상황에서 대외민간무역을 주도하여 국부창출에 앞장섰던 점이다.

이처럼 장보고는 오늘날 글로벌 CEO의 기본자질이랄 수 있는 개방화, 국제화, 네트워크화에 대한 마인드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해외에 알리는 ‘재외동포’들은 모두가 ‘현대판 장보고 대사’라고 칭할만 하다.

재외동포들 중에는 낯선 이국땅에 단신으로 진출, 각고의 노력끝에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입지를 세운 인물들이 예상외로 많다. 그러나 고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재외동포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속성으로 인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이다.

그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했으나 150여년만에 패망했다. 이 대제국은 언어와 종교, 문화의 차이를 두지 않고 권력과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등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충성도 높은 결속력과 연대감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망했다. 

글로벌시대 기업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기존의 환경과는 판이한 패러다임속에서 기업활동을 수행해야하는데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해외기업들과 무한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려면 무엇보다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유대민족들의 성공비결에서 해법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대민족들은 ‘리더십’과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구축 보다는 투철한 상인정신과 독특한 상인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는 장보고의 상인정신과 상인문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장보고의 상인정신은 한마디로 개방화, 국제화, 네트워크다. 이는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가치 이기도 하다. 특히 장보고의 이 같은 상인정신은 일본 상인문화의 원형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일본의 상인정신은 불교 선종의 가르침에서 연유되었으며, 일본에 이 종파를 전파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이 장보고 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장보고로부터 전수받은 선종을 중심으로 상인정신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근대화를 달성했듯이, 우리도 장보고의 글로벌마인드와 시대정신을 이어받을 경우 한국기업의 상당수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외동포들이 모국과의 유대관계를 재정립하여 ‘글로벌’이라는 격랑을 함께 극복하고 ‘21세기 무역강자’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