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서 하나로 뭉친 교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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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서 하나로 뭉친 교민들
  • 스포츠 조선
  • 승인 2005.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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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어이, 동생.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스포츠조선 제정 제11회 스카치블루배 전국사회인골프대회의 올해 첫 해외 투어인 토론토지역대회가 펼쳐진 2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인근 샤니키골프장은 한동안 떠들썩했다.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에서 생업에 종사하느라 연락조차 뜸했던 교민들은 오랜만의 해후에 환한 미소를 띠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대회장을 찾은 교민들은 무려 170여명. 144명으로 출전 선수를 제한하고 전동 카트를 준비했던 주최측은 뜻밖의 인원이 몰려들자 수동 카트를 마련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그나마 카트를 배정받지 못한 일부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2~3년전부터 캐나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최근 교민 골프대회 참가자가 7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힌 주최측 관계자는 이날 몰려든 출전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했던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캐나다지부 김명환 부지부장은 "그동안 숱한 교민 대회를 열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며 "스카치블루배 사회인골프대회의 위상이 이 정도인지는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향우회를 연상시키던 분위기는 티오프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순식간에 반전됐다. 한국 최고의 대회인데다 남자부 8위, 여자부 5위 이내에 입상하면 고국에서 열리는 전국결선대회에 나설 수 있다는 특전 때문인지 선수들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자마자 눈빛이 달라졌다. 짧은 퍼트를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기브'가 허용되지 않는데다 한타라도 줄이려는 선수들의 의지 탓에 홀아웃하는데 7시간이 소요될 정도였다.

더구나 이 대회의 오랜 전통대로 남자부는 챔피언티를 사용했는데 7000야드에 가까운 전장도 선수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회가 열린 샤니키골프장은 평소 이 곳 교민들이 즐겨찾는 곳. 하지만 평소 레귤러티에서 라운드했던 선수들은 전장이 700야드나 늘어나자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킹스톤에서 3시간이나 승용차를 몰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는 한 교민 골퍼는 "골프장 초입부터 쭉 늘어선 배너를 보고 맨먼저 놀랐고, 코스 난이도에 다시 놀랐다"며 "이 대회의 권위가 그냥 세워진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토론토(캐나다)=류성옥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