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벗어난 평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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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벗어난 평통 기대
  • 달라스 뉴스코리아
  • 승인 200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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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달라스에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해외 각 지역마다 2년에 한번꼴로 새봄의 4월이 평통 때문에 시끄럽다.

비교적 달라스는 조용한 편이다. 지난 20년동안 10기의 평통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지난 15일(화) 열린 간담회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던 ‘밀실추천’이란 단어가 달라스 평통위원 위촉과정을 정확하게 비유한다고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동포사회가 수긍하고 용납할 만한 인선을 해 왔다고 자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선과 관련하여 아무런 잡음이 없었다고는 더더욱 말 못한다.

한국의 평통 사무처는 제 11기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후보자를 오는 26일(토)까지 추천해 줄 것을 알려왔다. 평통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는 형식을 띠지만 해외에서는 재외공관이 그 인선역할을 대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사관에서 뽑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평통 인선 시즌인 4월이 되면 한인사회가 들썩인다. 인선위원회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영사관의 담당자들이 후보자들의 면면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 인사들의 의견에 경청할 수 밖에 없고 이런 현실이 평통을 둘러싼 파워게임의 원천이 된다.

평통은 대한민국 헌법 제92조에 설치근거를 둔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관이며 범국민적 통일기구다.

평통의 역할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조에 정확히 나와있다. “조국의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의 수립 및 추진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그 자문에 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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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 평통위원 중 연임자 명단 (이름 가나다 순)
김건진 2선(7·10기)
김범중 6선(5·6·7·8·9·10기)
김영호 5선(6·7·8·9·10기)
박종인 4선(7·8·9·10기)
박찬일 4선(7·8·9·10기)
손수복 3선(8·9·10기)
송재후 2선(9·10기)
안영호 3선(8·9·10기)
안학선 2선(9·10기)
이남선 2선(9·10기)
이병순 5선(6·7·8·9·10기)
이성권 4선(7·8·9·10기)
이형천 4선(7·8·9·10기)
이환수 3선(7·9·10기)
이희섭 3선(8·9·10기)
정숙희 2선(9·10기)
정할만 3선(8·9·10기)
최장식 3선(8·9·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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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을 건의하고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국가기관이 바로 평통이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평통위원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진행된 토론과정 중 적지않은 인사들이 “평통위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래서 연임이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단체장 겸임에 하자가 없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랐다. 그중에는 현직 평통위원도 있었고, 초선의 꿈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한 패널리스트는 “평통은 인맥을 쌓는 기관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이다. 과연 현재의 평통위원들은, 그리고 향후 평통위원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평통의 역할과 기능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지역내 통일여론을 수렴하고 범민족적 통일의지와 역량을 결집(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조. 평통의 주요기능 중에서)시키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아니 그럴만한 역량과 의지와 각오가 자신에게 있는지 겸허한 자세로 자문해야 할 것이다.

이런 역할과 기능을 뒤로 한 채 현재 미주 평통위원 중에는 20년동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평통위원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도 있다. “연임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법률조항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위법은 아니다.

‘지역사회 유지급 인사 리스트’ 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평통위원 명단에 끼지 못하면 마치 자신이 무시당한 듯한 느낌을 받는 일부 인사나, 진정으로 평통의 발전적 모습을 감당해낼 수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인선위원 주변인물 중심의 선착순 추천에 밀려 이름조차 끼지 못하는 전문인들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그의 정치능력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다.

달라스 평통협의회 내에서 오클라호마나 알칸소 등의 주변도시를 제외한 DFW 지역 평통위원의 수는 30명이다. 이중 42.5%인 13명이 3선 이상의 다선위원이다(도표 참조).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휴식기간(?)없이 매회마다 평통위원으로 선임된 채 10기에 이르렀다.

다선과 연임이 이어진 이유에 대해 평통협의회 관계자들은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라는 명분을 제시한다. 한국의 평통 사무처에서도 ‘사업 연속성’을 위해 올드 멤버들의 유지비율을 지침화하여 내려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평통의 그 어떤 사업도 업무인계를 하는데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만일 다선 위원 몇몇만이 수행할 수 있는 평통 고유의 업무가 있다면, 오히려 그것은 민주적인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신임 위원들에게 업무를 제대로 이양하지 못한 점을 추궁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간담회에서는 많은 패널리스트들이 3선 이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1기 평통위원 추천에 관한 평통사무처의 지침에서도 ‘3기 이상 연임위원 하향 조정’이라는 다소 의미있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투명성을 기치로 내걸고 추천부터 공개화 한 제11기 평통위원 위촉과정에서는 이왕 시작한 변화의 새바람이니만큼 뒷선으로 물러나는 다선위원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활기 넘치는 신임위원들의 달음박질을 기대해 볼 수 있을지 전체 한인사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평통 10기는 많은 일을 해왔다. 출범 초기에 ‘조국의 민주평화통일과 미국 동포의 역할’이라는 통일 강연도 주최했고, 동포화합 친선 골프대회, 불우이웃돕기, 고국 수재의연금 모금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했다. 그 결과 해외지역 모범협의회로 지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이번에 열린 ‘평통위원 추천에 관한 대동포 간담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단체장들 및 지역인사들의 발언에서 평통위원 선임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걸 삼척동자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일반 동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4월 1일, 평통위원 선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평통 토론방’은 오픈한 지 17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평통토론방이 개설됐습니다(2003.4.1)”이라는 공지문 하나만 달랑 올라와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의 이건태 부총영사는 이를 “실명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을 제외한 메일과 팩스로 받은 ‘공개추천’은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

그러나 “평통위원에 누가 위촉되던 나랑은 상관없다”는 동포사회 분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공개추천은 일반 동포들이 평통에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추천이 없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일부의 평가도 일면 무시못할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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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와 관련한 법률 조항
■ 평통위원 위촉과 관련한 법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시행령 제4조)
자문위원은 다음 각호의 기관 또는 단체의 추천에 의하여 사무처의 사무처장을 거쳐 대통령이 위촉한다.
제4조 3절 재외동포 대표 : 당해 교민회 또는 교민단체장의
천거로 당해 지역 관할 공관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기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다음 각호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조국의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 의 수립 및 추진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자문에 응한다.
① 국내외 통일여론 수렴
- 각계 각층의 다양한 통일여론을 수렴, 정책자문.건의에 반영
② 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
- 통일과 관련한 제반 정책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
③ 범민족적 통일의지와 역량의 결집
- 통일 추진 의지 신념화 및 국민화합 실현
④ 그 밖에 대통령의 평화통일정책에 관한 자문·건의를 위해 필요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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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활동하게 될 제11기 평통위원들은 이 부분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평통을 바라보는 동포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희석시키고 적극적으로 동포사회에 다가가는 노력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통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벗겨내야 한다. 평통위원 선정을 둘러싼 암묵적인 자기 인맥 과시는 공개 추천제와 공정한 인선위원회 선정으로 말끔히 털어내 버려야 한다.

평통협의회장이 되기 위한 로비활동과 그로 인한 지역사회의 불화 조성도 벗어버려야 할 구태다. 협의회장 감투를 쥐기 위해 평통 사무처를 향해 뻗치는 구애의 손길을 지역사회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협의회장 선출제’ 도입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재 시애틀 평통협의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제도는 위촉된 평통위원들이 협의회장을 선출하여 한국의 사무처에 임명을 위탁하는 형식.

평통 사무처에서 임명하는 지금의 낙하산식 협의회장 선정보다 민주적일 뿐더러 무엇보다 협의회장을 원하는 인사들의 지역내 봉사활동을 부추키게 된다.

각 단체장들의 평통위원 겸임이 허용되고 있는 추천제도 속에서 협의회장에 뜻을 둔 사람들의 로비활동은 지역사회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으며, 평통이 한인사회 각 직능단체와 긴밀한 교류 속에서 운영되어질 수 있는 매개역할도 가능하다.

평통에 대한 동포사회의 따스한 시선을 기대한다면 ‘평통만이 할 수 있는 일’ 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인회나 상공회, 혹은 체육단체나 봉사단체가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업이 아니라 평통 고유의 역할을 담아내는 전문영역의 사업 구상이 필요하다.

북핵문제로 신문이 떠들썩하고, 이라크 전쟁 발발로 한반도의 안보가 걱정스러울 때에 한국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동포사회에 알리고 미주 한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통일 네크워크를 운영하고, 인터넷 세대인 한인 자녀들에게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과 안보의 필요성을 알려 나가는 일도 중요한 사업이 될 수 있다.

빠른 세상의 변화물결 속에서는 정지상태 자체가 곧 퇴보를 의미한다. 한국정부의 정책과 의지는 하늘을 날고 있는데 10년째, 20년째 그 자리만 지키는 평통위원의 모습에서는 대통령 자문기관으로서의 위신을 찾을 수 없다.
살아 움직이는 조직에는 퇴보가 있을 수 없다. 평통위원 선정에서부터 위촉, 임명, 차후 활동까지 새옷을 갈아입고 동포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평통의 모습을 기대한다.

-최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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