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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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블랙홀?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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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4호(2003년 4월 21일자/ 과연 몸 로비였나?)에서 린다 김의 소송과 관련 그간의 재판진행 문제에 대한 개괄적인 보도를 하였다.
양측 변호인은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고위직 남성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구속되고, 현역에서 물러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 같았다고들 한다.
더구나 은밀히 보낸 연서(戀書)까지 공개되어 개인적인 창피는 물론 가정파탄까지 이어졌다는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로 한다.

◎ 우리가 이기는 재판
모든 민사재판이 대개 그러하지만 이번 린다 김 사건도 원고인 「Korea Supply Co」의 잔 안 측 변호사와 린다 김 측 변호사 모두 자신들이 절대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린다 김 측의 김지영 변호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잔 안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재판을 다시 하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그래서 잔 안 측이 이 소송에 이기기 위해 자신이 무기거래 사업에 관여를 해 온 사실과 함께 린다 김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마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지요. 이제 이 재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고 앞으로 1년 이상 걸릴 것 같은데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Blecher & Collins 변호사 회사의 잔 안 측 변호사인 Steven J. Cannata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시 재판을 시작하라는 것인데 이는 이미 우리측의 승소를 의미하는 것과 진배없어요. 우리는 뇌물과 린다 김의 Sexual Favor로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린다 김의 Sexual Favor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이미 관련자들이 구속되었고 린다 김도 구속되지 않았습니까? 그 구속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예요? 또한 그 보다 더한 증거가 무엇입니까?"라며 오히려 반문을 하였다.
결국 원고측은 이번 재판이 뇌물공여와 몸 로비를 한 이유로 잔 안이 빼앗긴 커미션을 되찾기 위한 것인데 절대 승산이 있다는 주장을 강력히 하고 있는 것이다.

◎ 왜 블랙홀이라고 하나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아주 강력한 중력장을 가진 검은 구멍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주위의 모든 물질을 흡수하여 하나의 독립된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근거를 둔 것이나 하여간 빨려 들어가 정신을 못 차리는 모든 것의 대명사이다.
린다 김의 무기거래도 '인간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린다 김이라는 홀에 모두가 빨려 들어가 국방장관이고 국회의원이고 간에 모두를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호에 게재된 그 정도의 핑크 빛 연서를 보낼 정도가 된다면 다른 특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원래 남자란 여성 앞에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다. "내가 최소한 이 정도는 할 수 있단 말이야"하고 뽐내며 소위 시쳇말로 폼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없는 폼도 잡아야 하는데 여건이 되고 사랑하고 있다면 오죽하겠는가 말이다. 대체적인 국민들의 정서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는 당사자만이 알뿐이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특혜가 주어지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백두사업을 총괄한 실무자인 권기대( 예비역 육군준장)는 "육사를 졸업하고 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내가 로비스트 린다 김에게 돈 1천만원을 받고 불명에 제대를 하였다는 것은 정말 내 인생의 한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다시 자신의 억울함을 "1997년 10월입니다. 린다 김은 자신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큰일났어 돈을 안 줘서 그런지 권 장군이 계속 난리를 피고 그래, 1천만원만 만들어 놔'라고 말하며 이런 대화를 녹음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
실은 재판과정에서 검사가 밝혀냈지요. 테이프 공개를 변호사가 요구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린다 김이 눈에 걸리는 저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고 저는 어리석게 이 덫에 치인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린다 김으로부터 총1천2백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또 이 돈을 부하직원들과 회식 비에 사용했지만 절대 잘한 짓은 아닙니다. 아무 변명도 필요 없어요. 그러나 수사는 나 같은 군인이 부패의 주역처럼 묘사되어 마치 도마뱀 꼬리 자르듯 몸통은 가려지면 안되지요."라며 수사가 본질을 비켜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어디 권 장군 만이랴. 많은 사람들이 망가져 나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블랙홀에 빨려든 것이라고 지금도 강조하고 있다.

◎ 코코펠리는 쓸쓸하다
이렇게 세상이 한창 시끄러웠지만 사건의 본질인 백두사업은 린다 김과 이양호의 몸 로비사건으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세간의 이목, 특히 여성들은 또 린다 김보다 그녀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한 선글라스인 '에스까다'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한 때 동이 났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 소동이었다. 웃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세상 민심이려니 하고 말아야 한다. 이런 소동이 잠시 가라앉자 린다 김은 자신의 자서전 〈코코펠리는 쓸쓸하다〉를 발간하여 다시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낯이 익지 않은 단어인 '코코펠리'는 인디언 봇짐장수로 북미지역 인디언 벽화에 그려져 있다고 한다. 주로 곱사등이 많고 방랑객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제목이 우선 근사하다.
실제 이 책도 약 15만부 정도 팔렸다고 린다 김은 말했다. 적지 않은 부수이다.
내용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과정까지인데 재벌 2세와 로맨스도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누구라면 다 아는 사람인데 고등학교 2학년부터 연애를 하였으니 지금의 원조교제를 일찌감치 경험한 것이다. 요즘 같으면 명단이 공개된다고 하는데 그 당시는 그래도 이런 원조교제가 그렇게 흔치 않았는지 잘 넘어간 셈이다.
그리고 린다 김은 이 책에서 1억 5천만원 상당의 드레스를 입었고 이 옷을 입고 영국의 다이애나 왕비를 만났다고 전하고 있다. '에스까다 선글라스 정도는 흉내낼 수 있지만 이 정도로 가면 흉내조차 힘들다.

◎ 정부로비에 덕본 LA 동포들
LA 동포들이 한국의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사람은 이 사건에서 잘 알려진 린다 김과 이번 소송의 원고인 잔 안, 또 최근 무기거래는 물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밀착, 또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과의 호형호제하는 관계, 한국의 3. 1빌딩 매입 등으로 화제에 오른 조풍언 씨, 문민정부 시절에 프랑스의 알스톰사의 떼제베(TGV) 거래를 성사시킨 최만석 씨 등이 있다.
최만석 씨는 로비스트라기보다는 문민정부 시절에 실세들과 잘 알아 큰 건 하나 터뜨린 것으로 보면 된다. 약 3천만불의 커미션을 챙기고 지금은 연락이 전혀 되지 않을 정도로 꼭꼭 숨어 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린다 김과 조풍언 씨는 현재 LA에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린다 김은 6가와 하버드에 있는 'JJ 그랜드호텔'을, 조풍언 씨는 7가와 웨스턴의 '가든 스위트호텔'을 운영하고 있는데 호텔의 경쟁관계는 그렇게 치열하지 않다. 동포들과 여행객이 각자 취향에 따른 선택을 하고 객실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 그럴 것이다.
LA 동포들이 한국정부와 연관을 맺어 큰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치명적인 사건으로 동포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반가울 것도 없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린다 김 측의 김지영 변호사 말대로 재판이 1년 정도 끌어 갈 것이니 재판이 진행되는 추이에 따라 보도도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