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해보세요 “Apple=[애ㅏ포-]”…美동포 고교생 박주현양 ‘짱민정음’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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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해보세요 “Apple=[애ㅏ포-]”…美동포 고교생 박주현양 ‘짱민정음’ 화제
  • 파이낸셜뉴스
  • 승인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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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은〔애플〕이 아니다.〔애ㅏ포-〕(?)다. 이게 어디서 튀어나온 발음기호일까.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한 번 소리내어 조심스레 따라 읽어보자.〔애ㅏ포-〕신기하게도 늘 촌스런 콩글리쉬 발음만 튀어나오던 내 입에서 얼핏 진짜 현지인의 발음이 들리는 듯도 하다. 이번엔 life〔ㅡㄹ라이f〕를 발음해보자. 그냥 라이프가 아니라 앞에 ‘ㅡㄹ’를 붙여서 말이다. 이번에도 확실히 버터 냄새가 좀 난다.

이 독특한 발음기호는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박주현양(21·미 세인트 조셉고·사진)의 머리속에서 개발된 이른바 ‘짱민정음’이다. 정확한 발음을 한글의 음운과 자음으로 표시하기 위해 새벽 4시까지 벽만보고 똑같은 단어를 목이 쉴 때까지 발음하며 만들었다고 하니 ‘머리’가 아닌 ‘입’에서 나온 창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짱민정음’은 사실 그의 작품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한국 친구들이 좀 더 쉽고 재밌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아래 그는 고등학교 3년 간 ‘짱글리쉬’라는 한·영만화를 집필했다. 왼편에는 영어만화가, 오른편엔 한글만화가 1대1로 배치된 이 만화책은 총 12권으로 일반 학생들의 학교생활, 연애 등을 줄거리로 삼고있다. 영어를 배우는 청소년들에겐 그야말로 평소 쓰고 싶었던 실생활의 영어를 배우는 데 안성맞춤인 셈이다.

“처음엔 그냥 쉬운 영어교재를 만든단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만화를 읽지 조차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발음기호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거에요.” 책 속의 단어를 풀이하면서 그는 사전식 발음기호를 쓰지않고 그가 개발한 발음기호 ‘짱민정음’을 사용했다. 그의 발음법은 영문학을 전공한 어머니(이현숙)도 감동시켰다. “저도 옛날 사람이라 발음이 그렇게 정확하지는 못한데 딸애가 만든 발음법을 흉내내보고 깜짝 놀랐어요. 같은 ‘아’여도 여러가지 음가가 있는 사전식 발음기호를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무시하고 그냥 ‘아’로 발음해버리거든요. 그런데 한글을 사용한 짱민정음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발음체계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 별다른 설명없이 그냥 따라만 읽으면 정확한 발음이 나오더라구요.”

그는 바쁜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책을 쓰느라 중간에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책을 한 번 만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박양은 자신의 꿈을 쉽게 놓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할머니에게 영어를 가르쳐 드린다고 손수 책을 만들었더라구요. 그림도 그리고 커버도 만들고 스테이플러까지 콕 찝어서 말이에요.” 어머니가 회상하는 박양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그는 얼마 전 어릴 적 부터 꿈꿔 온 하버드대로부터 “우리는 당신의 책에 극도로 감명을 받았습니다”라는 격찬과 함께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손수 책도 만들고, 하바드대도 들어가고, 이제 그 다음의 꿈은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국제기구에서 한국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변호사가 되는 것”이라고 답한다. 꿈꿔오던 것을 늘 고집스럽게 지켜내온 그에게 이번엔 한국의 미래를 걸어본다.

/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