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05-05-02 09:16]
'주먹이 운다'의 류승완은 '남자니까 아시잖아요'에서 '주먹이 울' 만한 밉상의 남자로 등장한다. 밤 늦은 시간의 포장마차, 술에 취한 한
남자가 친구들과 함께 이 곳에 들어온다. 보아하니, 이 남자는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사원.
'지금 시간이 몇신데 '기집애'들이 술을 처먹고 앉아있어',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하여튼 요즘 서빙보는 얘들 프로정신이 없어, 내가 미국에 있을 땐…', '우 리가 언제부터 저 블랑카들(외국인)이랑 술을 같이 먹게 됐냐고' 등등. 술취해 한창 솔직해져 있는 이 남자의 입에서는 망발이 이어지고 친구들은 하나씩 떠난다.
'배낭을 멘 소년'(연출 정지우)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한 탈북자 청년 이야기 를 모티브로 한다. 어렵게 탈출에 성공한 진선과 현. '김정일 직접 봤어?', '사람이 죽으면 진짜 먹어?'... 남한 사람들이 보이는 이런식의 편견 가득찬 호기심은 진선 으로 하여금 말문을 닫게 만들고 '남한아이들보다 잘하는 게 오토바이 타는 것밖에 없 다'는 현은 진선의 만류에도 오토바이 타기를 멈추지 않는다.
장진 감독은 '고마운 사람'에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기발한 유머로 계 약직 차별의 문제를 풀어냈다. 시국사범으로 잡혀온 대학생과 그를 고문하는 심문관 인 김계장, 고문을 하지만 대학생은 '불지' 않고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김계장은 퇴근하지 못한다. 바로 계약직이기 때문. 그날이 아내의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일해 야 하며 야근수당도 못받는 처지. 결국 과로에 지친 김계장의 코에서는 코피까지 나 오고, 두 사람은 서로를 돕기 시작한다.
'송환'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다뤘던 김동원 감독의 카메라는 중국교포 문제로 향한다. '종로,겨울'에서 지난 2003년 혜화동에서 얼어죽은 채로 발견된 고 김원섭 씨의 흔적을 담는다.
사고가 난 지 1년 뒤, 어딘가에 남아있을 지 모를 그의 흔적을 찾아 종로 거리 를 헤매고, 그날 김씨의 행적은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재현해낸다.
김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는 재중동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막상 취재를 시작하니 이 문제가 생각보다 더 깊은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 제이기 이전에 재외동포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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