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대한 다섯 감독의 다섯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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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한 다섯 감독의 다섯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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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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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5-05-02 09:16] 

(전주=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두 번째 옴니버스 인 권영화 프로젝트 '다섯개의 시선'이 지난 30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전주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보였던 재작년 첫번째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해 만들 어진 두 번째 프로젝트에는 박경희, 류승범, 정지우, 장진, 김동원 등 다섯 감독이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예전에 비해 이번에 선보이는 두번째 인권영화는 관객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을 띠는 한편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을 찔끔하게 하는 날카로움을 가지 고 있다. 영화의 총감독을 맡은 이현승 감독은 "큰 이슈보다는 '저런 것도 인권인가'라고 생각할 만한 미묘한 지점을 다루려했다. 교과서적인 인권보다 영화로서의 인권 문제 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국가인권위가 기획한 인권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와 함께 9 월께 극장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며 전주영화제 기간에는 1일에 이어 4일 오후 8시 한차례 더 상영된다. 소재는 차별로 모아져 있지만 감독들의 개성은 코미디에서 다큐멘터리, 다큐멘 터리식의 재구성, 드라마까지 다양하다. '미소'로 호평받았던 박경희 감독은 '언니가 이해하세요'에서 장애우에 대한 차 별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화로 소개되기도 했던 장차현실-은 혜 모녀가 주인공. 은혜는 다운증후군 아이다. 그녀에게 흔히 들리는 얘기는 '저런 애를 왜 밖으로 돌려, 집에서 키워야지'라는 것. 영화는 그 '밖'에서 은혜가 겪는 일들을 '너희들도 그 말 들으면 좋겠냐'는 말투로 들려준다. 박경희 감독은 영화 상영후 "영화 촬영 전 한 달 정도 함께 생활하며 은혜에 대 해 알게됐으며 촬영 후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때 들은 대사를 재 구성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주먹이 운다'의 류승완은 '남자니까 아시잖아요'에서 '주먹이 울' 만한 밉상의 남자로 등장한다. 밤 늦은 시간의 포장마차, 술에 취한 한 남자가 친구들과 함께 이 곳에 들어온다. 보아하니, 이 남자는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사원.

'지금 시간이 몇신데 '기집애'들이 술을 처먹고 앉아있어',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하여튼 요즘 서빙보는 얘들 프로정신이 없어, 내가 미국에 있을 땐…', '우 리가 언제부터 저 블랑카들(외국인)이랑 술을 같이 먹게 됐냐고' 등등. 술취해 한창 솔직해져 있는 이 남자의 입에서는 망발이 이어지고 친구들은 하나씩 떠난다.

'배낭을 멘 소년'(연출 정지우)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한 탈북자 청년 이야기 를 모티브로 한다. 어렵게 탈출에 성공한 진선과 현. '김정일 직접 봤어?', '사람이 죽으면 진짜 먹어?'... 남한 사람들이 보이는 이런식의 편견 가득찬 호기심은 진선 으로 하여금 말문을 닫게 만들고 '남한아이들보다 잘하는 게 오토바이 타는 것밖에 없 다'는 현은 진선의 만류에도 오토바이 타기를 멈추지 않는다.

장진 감독은 '고마운 사람'에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기발한 유머로 계 약직 차별의 문제를 풀어냈다. 시국사범으로 잡혀온 대학생과 그를 고문하는 심문관 인 김계장, 고문을 하지만 대학생은 '불지' 않고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김계장은 퇴근하지 못한다. 바로 계약직이기 때문. 그날이 아내의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일해 야 하며 야근수당도 못받는 처지. 결국 과로에 지친 김계장의 코에서는 코피까지 나 오고, 두 사람은 서로를 돕기 시작한다.

'송환'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다뤘던 김동원 감독의 카메라는 중국교포 문제로 향한다. '종로,겨울'에서 지난 2003년 혜화동에서 얼어죽은 채로 발견된 고 김원섭 씨의 흔적을 담는다.

사고가 난 지 1년 뒤, 어딘가에 남아있을 지 모를 그의 흔적을 찾아 종로 거리 를 헤매고, 그날 김씨의 행적은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재현해낸다.

김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는 재중동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막상 취재를 시작하니 이 문제가 생각보다 더 깊은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 제이기 이전에 재외동포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됐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