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재미동포, 한국 상류층 상대 '럭셔리'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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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재미동포, 한국 상류층 상대 '럭셔리' 사기
  • 중앙일보
  • 승인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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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5-04-22 05:59] 
 
[중앙일보 김승현] 훤칠한 외모에 미국 시민권을 가진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한국 상류층 인사들을 깜빡 속인 40대 사기꾼이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L씨(46). 미국 뉴저지에서 2년제 대학을 졸업한 그는 94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문서 위조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 등 미국 생활이 순탄하지 못하게 되자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의 삶은 천지 차이로 바뀌었다. 180㎝가 넘는 키와 화려한 말솜씨에 미국 시민권을 가진 세련된 갑부 행세를 하자 일부 한국인이 그를 쉽게 믿어주었기 때문이다.

◆ 상류층 사교클럽에서 사기 대상 물색=그는 지난해 투자 전문회사인 E펀드와 부동산개발 회사 등 2개 회사를 서울에 설립했다.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내부를 호화롭게 꾸민 사무실까지 냈다. 이들 2개 회사에는 국내 유명 대학 출신 직원 10여 명을 채용했다.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유명 금융회사 N파이낸셜의 아시아 지역 총책임자이며 자신의 동생이 이 회사 대주주의 사위라고 속였다.

게다가 미국 모 은행에 1억5000만 달러(1530여억원)가 예치돼 있다는 잔고증명서와 15만 달러 수표까지 위조,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력 과시용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가짜 신분과 가짜 재력으로 자신을 포장한 L씨는 수시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나 회계법인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또 정.관계 인사와 교수 등 한국 지도층 인사가 모이는 사교 모임에도 회원으로 가입, 골프 등을 함께 즐겼다. 벤츠와 랜드로버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헬스클럽 등에서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던 벤처기업 대표 등에게 접근, G사 대표 이모(35)씨 등 6명에게서 투자금을 유치해주는 수수료 명목으로 11억여원을 챙겼다.

◆ 대학 여교수와 2중 결혼=L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수려한 외모와 재력에 속은 40대의 대학 여교수에게 청혼을 했다. 수영과 골프로 단련된 외모와 영어가 가미된 화려한 말솜씨에 여교수는 L씨와 사랑에 빠져 결혼식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한 뒤 서울 서초동의 고급 아파트에 신혼집도 꾸렸다. 그러나 L씨는 이미 2002년에 피아노 강사인 한 여성과 결혼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2중 결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영어 이름과 한글 성이 합쳐진 이름의 순서를 바꿔 혼인 신고를 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20일 L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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