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때 실종돼 미국 입양된 한인, 40년 만에 가족과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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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실종돼 미국 입양된 한인, 40년 만에 가족과 상봉
  • 이현수 기자
  • 승인 2024.03.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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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 시행 ‘유전자 검사제도’ 통해 

3월 18일 화상으로 가족과 상봉…“가족과 재회한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어”
40년 전 실종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벤자민 박(한국명 박동수·1979년생) 씨가 재외동포청·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 덕분에 3월 18일 어머니 이애연(1941년생) 씨와 친형 박진수 씨 등 가족을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 재외동포청)
40년 전 실종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벤자민 박(한국명 박동수·1979년생) 씨가 재외동포청·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3월 18일 어머니 이애연(1941년생) 씨와 친형 박진수 씨 등 가족을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 재외동포청)

40년 전 실종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한인이 정부의 지원으로 꿈에도 그리던 가족과 상봉했다.

그 주인공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입양 한인 벤자민 박(한국명 박동수·1979년생) 씨다. 그는 3월 18일 어머니 이애연(1941년생) 씨와 친형 박진수 씨 등 가족을 화상으로 만났다.

박 씨의 가족 상봉은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경찰청(청장 윤희근)·아동권리보장원(원장 정익중)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정부는 2020년부터 34개 재외공관을 통해 무연고 해외 입양한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한국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유전자 검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례는 박 씨가 다섯 번째다.
 
박 씨가 40년 만에 가족과 상봉하기까지의 사연은 절절하다. 어머니 이 씨는 지난 1980년 박동수 씨를 포함한 4남매를 경남 김해의 큰집에 잠시 맡겼다.

남매들은 1984년 어머니를 찾겠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고, 당시 5살이던 동수 씨는 보호시설과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의 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동수 씨는 2001년 모국 땅을 처음 밟았다. 헤어진 가족을 찾고자 입양기관을 찾아갔지만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어떤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2012년 재입국해 계명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던 중, 유전자검사를 통한 가족 찾기에 희망을 품고 담당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채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친형 진수 씨도 실종된 동생 찾기에 나섰다. 2021년 10월경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라고 실종신고를 하는 동시에 어머니의 유전자를 채취했다.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이듬해 8월부터 생겼다. 박동수 씨와 어머니가 친자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 거주 중인 모친과 달리 동수 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데다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시 사용했던 전자메일 주소 외에 남은 연락처가 없어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장기실종 중인 동수 씨의 소재 확인을 위해 제주경찰청 소속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출입국외국인청의 협조와 누리 소통망을 활용한 조사로 박동수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경찰청을 통해 주시카고한국총영사관과 협조해 최종 소재지를 파악, 마침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감정 결과에 따라 지난 2월 이 씨의 친자임을 최종 확인했다.

40년 전 실종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벤자민 박(한국명 박동수·1979년생) 씨가 재외동포청·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 덕분에 3월 18일 어머니 이애연(1941년생) 씨와 친형 박진수 씨 등 가족을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 재외동포청)
40년 전 실종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벤자민 박(한국명 박동수·1979년생) 씨가 재외동포청·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3월 18일 어머니 이애연(1941년생) 씨와 친형 박진수 씨 등 가족을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 재외동포청)

이후 경찰청은 동수 씨와 가족들의 상봉을 주선해 그 일정과 장소·방식 등을 세심하게 조율한 끝에 3월 18일 40년 만에 감격스러운 만남이 이뤄졌다.

상봉은 당장 입국이 어려운 동수 씨가 화상으로라도 먼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현재 어머니가 입소 중인 요양 시설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극적인 만남 이후 동수 씨는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준 한국 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40년 전 실종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벤자민 박(한국명 박동수·1979년생) 씨가 재외동포청·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 덕분에 3월 18일 어머니 이애연(1941년생) 씨와 친형 박진수 씨 등 가족을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 재외동포청)
40년 전 실종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벤자민 박(한국명 박동수·1979년생) 씨가 재외동포청·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3월 18일 어머니 이애연(1941년생) 씨와 친형 박진수 씨 등 가족을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 재외동포청)

친형 진수 씨는 “유전자 검사 제도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박진미, 1977년생)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경찰청, 재외공관과 더욱 협력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모든 해외 입양동포가 가족 찾기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고, 한국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 제도는 첨단 유전기술을 통해 장기실종아동 등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이번 사례가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가족 상봉 이후 개명, 가족관계 정리, 심리상담 등 사후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