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해외 한국학 발전을 위한 제언
상태바
<포럼>해외 한국학 발전을 위한 제언
  • 문화일보
  • 승인 2005.03.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3.4 (금) 13:00 문화일보 문화일보 기사보기

지난해 8월 스웨덴, 10월 대만, 12월 일본, 올해 2월 인도에서 열린 동아시아학 또는 한국학 학술회의에 초청돼 기조강연을 했 다. 그 전에 중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카자흐스탄 호주 영국 독 일 네덜란드 스위스에 가서도 같은 일을 했다. 그러는 동안 해외 한국학의 현황과 진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했다.

한국을 공부하고자 하는 해외 학생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우 리의 경제나 문화의 해외 진출에 상응하는 변화이다. 그러나 한 국학 수준이 너무 낮아 실망시킨다. 기초회화를 가르치고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전공과목 강의는 부실하다. 대학원이 개설돼 있어도 다루는 내용을 보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평가할 만한 연구 업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타개책이 무엇인지 정부에서도 생각하고, 예산 지원을 힘써 해왔 다. 거액을 퍼다 준 곳도 있다. 그런데 양이 확대되면서 질은 더 욱 떨어지고 있다. 돈을 잘못 뿌려 역효과를 내지 말고 제대로 써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알아서 최상의 해결책을 찾아 야 한다. 관료의 판단을 과신하지 말고, 한국학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있는 사람이 여러 해 동안 많은 나라에 가서 실제로 살피고 절실하게 깨달은 바 있어 하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자격과 실력을 갖춘 교수가 없어 해외 한국학이 발전되지 않는다 . 정교수가 지배하는 대학에 한국학 정교수가 거의 없다. 한국에 서처럼 연한을 채우면 정교수로 승진하는 것은 아니다. 정교수가 되려면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학을 가르치는 현지 인이나 우리 동포는 많지만 유감스럽게도 요구하는 기준을 넘어 서지 못한다. 우리 정부에서 돈을 주고 교수 자리를 만들어 아무 나 들어앉힌다고 될 일은 아니다.

특별한 인연이 있어 한국학을 공부한 첫 세대에는 어렵게 정교수 가 된 사람이 더러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물러났다. 자격을 갖춘 후임이 없어서 한국학 정교수 자리가 속속 없어진다. 일본학과 에 소속된 한국학이 독립을 하려고 해도 담당자들의 능력이 평가 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하는 곳도 있다. 동아시아학 학술회의 가 열리면 현지 한국학자들은 발표할 논문이 없어 뒷전에 밀려나 있다.

정부가 해외봉사단을 파견해 그런 형편을 타개하려는 것은 한국 학을 망치는 방안이다. 한국학과는 거리가 먼 학과를 졸업한 학 사가 해외에 나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로 병역의무를 대신하 도록 한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망발이다. 국내 대학 강단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을 외국 대학에 보내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모독이다. 그 제도를 기어이 존 속시킨다면, 한국어문학을 전공한 석사 이상을 선발해야 한다.

국내 대학 교수를 해외 대학에 파견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파견 기간은 1년으로 하고, 현지어 또는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 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신청자 가운데서 선발한다. 기간을 제 한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학 전공의 부교수 이상 가운데서 적 임자를 찾아 여러 해 동안 출장 근무를 하도록 간청해야 한다. 현지어나 영어로 강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원 강의를 우리 말로 해서 현지의 교수가 될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 이다. 국내의 한국학 교수를 늘려야 그렇게 할 수 있다.

또 하나 긴요한 방안은, 각국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사람 들을 국내로 데려와 교육하는 것이다. 단기간의 연수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깊이 있는 교육을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해 외 한국학 교수를 위한 하계강좌를 특별히 개설, 여러 해 동안 수강해 학위과정을 이수하고 학위를 받게 해야 한다. 그 일을 맡 을기관을 지정해 예산을 넉넉히 지원해야 한다. 이제 막 이름을 바 꾸어 재출발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 본다.

[[조동일 / 계명대 국문학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