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제주도민회장, ‘4·3사건 희생’ 작은 형 유해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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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제주도민회장, ‘4·3사건 희생’ 작은 형 유해 상봉
  • 이현수 기자
  • 승인 2024.02.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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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희생자 발굴유해의 유전자감식 신원확인 통해 76년 만에 유해 찾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이한진(85)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이 4·3희생자 발굴유해의 유전자감식 신원확인을 통해 76년 만에 작은 형의 유해를 찾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는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김창범 4·3유족회장 및 4·3 관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신원이 확인돼 가족을 찾은 희생자들은 군법회의 희생자 1명, 예비검속 희생자 1명이다. 지난해 4·3희생자 유가족 283명이 참여한 채혈분과 제주국제공항 발굴유해의 유전자 대조 결과, 행방불명 희생자 2명의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76년 만에 작은 형의 유해를 마주한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유해로나마 가족과 상봉하게 된 유가족 중 한 명이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이다. 이 회장은 작년 개최된 세계제주인대회에 참석했을 때 행방불명 4·3희생자 유가족채혈에 참여해 기적적으로 작은 형인 故 이한성 씨의 유해를 찾았다. 

제주읍 화북리에 살고 있던 이한성(李漢誠, 1923년생) 씨는 4·3 당시 서북청년회 단원들의 폭압으로 인해 피신생활 중 1949년 6월경 자수하면 살려준다는 군경의 유인물을 보고 화북국민학교에 주둔하고 있던 경찰에게 자수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의 작은 형 故 이한성(1923년생) 씨 사진과 유해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그러나 군경의 회유와는 달리 1949년 6월 28일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이후 희생자를 비롯해 수십명이 트럭에 태워져 제주공항쪽으로 끌려갔다는 마을주민으로부터의 소식을 끝으로 행방불명됐다. 희생자의 유해가 제주공항 남북활주로의 동북편에서 발견됐기에 제주공항에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머니와 여동생은 토벌대에 의해 학살당했고, 큰 형 이한빈 씨 역시 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행방불명됐다. 큰 형 이한빈 씨는 유족의 재심 청구로 2021년 무죄를 선고받았고, 작은 형 이한성 씨는 2023년 9월 26일 제39차 군법회의 직권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4·3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이한진 회장은 자매와 함께 친척집을 전전하며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공부하는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다 제주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해군에 자원입대, 제주여고 출신 이성자 씨와 결혼해 슬하에 자녀 1남 1녀를 두게 된다. 그는 연좌제의 불안에 시달리던 중 일본회사 서울지사에 근무, 이후 일본을 거쳐 뉴욕지사에 근무하다 독립해 마트를 운영했고 재미제주도민회 장수 회장을 역임하며 장학금 기탁 등 헌신적인 활동을 해왔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 가족 등 유가족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이날 결과보고회에 부인, 아들, 딸과 함께 참석한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은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오다 지난해 세계제주인대회 참석차 제주에 왔을 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형님들이 계신 4·3평화공원 행불인표석에서 눈물의 보고를 드리고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작은형님의 신원이 확인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발굴은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을 시작으로 2007~2009년 제주국제공항, 2021년 표선면 가시리외 6개소, 2023년 안덕면 동광리 등 도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413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대전골령골에서 신원이 확인된 1명을 포함해 총 144명이 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도 유해발굴 및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도외 지역 희생자 중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한국전쟁 전후 대전 골령골 학살터 뿐만 아니라 광주형무소에 암매장된 유해 가운데 4·3 수형인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대조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왼쪽)과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사진 제주특별자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