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개인정보 줄줄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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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 개인정보 줄줄샌다
  • 미주한국일보
  • 승인 200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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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국총영사관을 포함한 주미 한국영사관들의 개인 신상정보에 대한 무감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8일 LA총영사관 홈페이지의 영사업무 문의 게시판에는 은행 대출을 위해 LA총영사관에서 위임장을 받은 정모(56)씨와 대리인 정모(51)씨의 주민등록번호가 버젓이 올려져 있었다. 이들의 주민등록번호는 한국 하나은행에서 LA총영사관에서 발급한 위임장의 확인을 위해 영사관측에 문의를 한 것으로 만 하루 동안 공개 노출됐었다.

   
▲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문제의 글이 만 하루동안 LA총영사관 민원업무 게시판에 올랐다 본보의 문제제기로 9일 오후가 돼서야 삭제됐다.

9일 LA총영사관은 개인 신상정보가 드러난 이 글을 확인하고도 글 삭제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태연히 회신 댓글을 달아 놓아 개인 신상정보에 대한 무감각을 드러냈다. LA총영사관은 본보가 개인 신상정보 유출에 따른 신용범죄 등의 가능성을 제기하자 오후 4시께가 돼서야 서둘러 문제의 글과 회신글을 함께 삭제했다.

영사관의 이같은 신상 공개 노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오랫동안 병무청 또는 동사무소 등의 조회 회신글 속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올라오곤 했다. LA총영사관의 법무 담당 영사는 “죄송하다”며 “문의 내용에 대해서만 신경을 써서 개인 신상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 하루 동안 30여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두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들의 개인 신상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 악의적으로 신분도용 및 신용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LA총영사관은 영사업무 문의 게시판을 이용해 한국의 각 행정기관과 업무 교환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 이름과 생년월일을 공개한 각 행정기관의 문의글에 대해 회신 글만 달아 놓아 수많은 한인들의 인적정보 노출을 방치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무원들의 무감각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내 거의 모든 영사관 Q&A란 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게시판에는 부산지방병무청에서 올린 글에서 박모(28)씨의 재학 학교와 주소, 생년월일 등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또한 뉴욕 영사관 게시판에도 송모(27)씨의 생년월일이 노출돼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취업비자로 LA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32)씨는 “정부에 맡긴 개인의 사적 정보가 공무원들의 업무 편의를 위해 모두 볼 수 있는 영사관 게시판에 올려진데 대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포털사이트에서도 부적절한 글이 올라오면 삭제를 하는데 영사관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글을 놓아두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영사관 게시판을 통해 노출된 정보가 범죄에 사용되면 영사관이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