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파독 광산근로자의 삶과 글로벌 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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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파독 광산근로자의 삶과 글로벌 모빌리티
  • 이현수 기자
  • 승인 2023.09.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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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주춧돌을 놓다
‘파독 광산근로자의 삶과 글로벌 모빌리티: 한인사회의 주춧돌을 놓다’(배진숙 저, 북코리아)
‘파독 광산근로자의 삶과 글로벌 모빌리티: 한인사회의 주춧돌을 놓다’(배진숙 저, 북코리아)

1960~1970년대에 광산근로자로 독일로 노동이주를 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일에 정착했거나 미국, 캐나다로 다시 한번 이민길에 올랐던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의 여정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파독 광산근로자의 삶과 글로벌 모빌리티: 한인사회의 주춧돌을 놓다’(배진숙 저, 북코리아)는 독일, 미국, 캐나다에서의 현지 조사를 통해 수집한 생생한 구술자료를 바탕으로 파독 광산근로자의 글로벌 이주의 추이와 경로, 각국에서의 사회경제적 정착 과정, 그리고 초기 재외한인사회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를 밝히고 재조명한다. 

1963년 12월 광산근로자 제1진이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시작된 파독 역사는 세월이 흘러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한국 정부는 1963~1977년 광산근로자 7천936명을, 1966~1976년까지 간호인력 1만723명을 독일에 파견했다. 애초에는 초기 계약 3년 만료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손님(Gastarbeiter: 단기이주노동자)으로 독일에 초청됐다. 이들 파독 근로자 중 40%는 계약 기간 이후 한국으로 귀환했지만 40%는 독일에 잔류했고 20%는 제3국으로 재이주했다. 

그동안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발전에 끼친 파독 근로자의 기여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쏟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이들의 해외 진출, 특히 독일 이외의 지역으로의 진출과 현지 한인사회 기여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진했다. 

이 책은 파독 광산근로자의 국제적 이동성의 다방향성에 주목하고 파독 광산근로자의 독일로의 이주, 미국과 캐나다로의 재이주 현상과 정착 경험에 관해 실증적으로 다루고 있다. 파독 광산근로자들의 삶과 여정을 조망할 이론적 논의, 구술 자료를 통해 수집한 파독 광산근로자의 생생한 목소리, 그리고 필자가 직접 촬영한 광산근로자의 사진과 관련 신문 기사가 함께 수록됐다.  

책은 ‘제1부 파독 광산근로자의 미국으로의 재이주 경험’, ‘제2부 재미한인사회에 기여한 파독 광산근로자’, ‘제3부 파독 광산근로자의 캐나다 진출과 한인사회에 대한 기여’, 그리고 ‘제4부 파독 광산근로자의 이주, 독일 정착, 노후 생활’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전반부에서는 한국에서 독일로 떠났던 젊은 한국 남성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독일에서 북미 지역으로 다시 옮겨갔는지 이들의 초국적 이동에 주목한다. 북미로 재이주한 이후 어떤 직종에 종사했는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투한 사회경제적 정착 과정, 한인사회 형성과 발전에서의 역할과 기여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파독 광산근로자들에 의해 세워진 한인 식품점 같은 초기 사업체는 코리아타운 상권 형성의 초석이 됐으며, 지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거점 역할을 했고, 인접 지역으로 다른 한인 업체의 유입을 가속화했다. 또한 파독 광산근로자들은 이민 초기 여러 한인단체를 새로이 조직하거나 핵심 구성원으로서 한인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마지막 부는 파독 광산근로자 중 독일에 남아 계속 거주한 재독한인의 이주 및 정착 경험을 살펴본다. 20~30대 젊은 나이에 이주했던 광산근로자들이 이제는 70~80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해 디아스포라의 고령화와 노후 생활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파독 60주년, 이 책을 통해 일반 내국인과 재외동포 차세대가 파독 광산근로자의 연속적 이주와 정착, 기여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파독 광산근로자와 관련한 많은 후속 연구와 이분들에 대한 관심과 예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배진숙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지역학과 석사, 그리고 미국 브라운대학교 미국학(American Studies)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외한인학회의 연구·편집이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왔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디아스포라와 이동성(공저)』(2021), 『세계 한인 정치·경제사(공저)』(2021), 『모바일 공동체: 권리 정동 윤리(공저)』(2022), 논문으로 ‘초국적 역사문화의 계승과 확산: 재미한인들의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2019), ‘재한 중남미동포 유학생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201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