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최엘레나 부부, 100년 만의 합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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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최엘레나 부부, 100년 만의 합장식
  • 서정필 기자
  • 승인 2023.08.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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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백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 표어로 예정
최재형 선생-최 엘레나 여사의 옛 사진을 AI로 복원한 이미지 (자료 국가보훈부)

국가보훈부(장관 박민식)는 8월 1일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순국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70여 년간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모셔 와, 원래 최재형 선생의 묘가 있던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 합장한다고 밝혔다.

최재형 선생의 묘는 1970년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에 조성되었으나, 이른바‘가짜 유족 사건’으로 멸실돼 현재까지도 해당 묘역은 빈터로 남아있다.

이후 유족들은 해당 묘의 복원을 계속해서 희망해 왔으나, 최재형 선생이 1920년 4월 일본군에 의해 순국한 이후 현재까지 유해를 찾을 수 없어 유골이나 시신을 안장하도록 규정한 국립묘지법에 따라 묘를 복원할 수 없었다.

이에 국가보훈부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와 배우자의 유골을 함께 묘에 합장할 수 있도록 올해 1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7월 18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역만리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해 유해를 찾지 못한 최재형 선생을 부인 최 엘레나 여사와 함께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다.

아홉 살 때 부모를 따라 시베리아 연해주로 이주한 최재형 선생은 사업가로 자수성가해 축적한 막대한 부를, 조국 독립과 수십만 시베리아 이주 동포들을 위해 사용했다.

러일 전쟁 이후 국외 항일조직인 동의회(同義會)를 조직하고 총재가 되어 항일의병투쟁을 전개하였으며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대동공보(大東共報)를 인수해 재창간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사를 게재하였으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과 한인사회에 대한 기여로 ‘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大恩人)’으로 추앙받은 인물이다.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는, 3남 최 발렌틴과 5녀 최 올가의 회고에 따르면 1897년경 최재형 선생과 결혼한 이후 8명의 자녀를 낳고, 선생의 독립운동을 내조하였으며, 안중근 의사 순국 이후 남은 가족들을 보살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편인 최재형 선생의 순국 이후에는 자녀들과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다 1952년 사망했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국가보훈부는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함께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유해 수습 등 준비 절차에 들어가 8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모실 예정이다.

또한, 최재형 선생이 순국하신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선생 기념관(구 최재형 선생 고택) 뒤편 언덕에서 채취한 흙을, 11일 국내로 들여와 부부를 최고 예우로 국립묘지에 안장한다.

보훈부는 “특히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모시는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라면서 “지난 7월 중순 키르기스스탄 현지에 의회 외교를 위해 방문한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협조 요청과 주키르기즈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의 도움, ‘최재형 선생 기념사업회’의 대국민 모금 운동과 LG유플러스의 후원 등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 적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제78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에 ‘백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 표어로 부부 합장식이 거행되며, 광복회 등 독립 관련 보훈단체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12일과 13일 양일간 서울현충원 현충관에 국민추모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추모·참배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가보훈부가 최재형 선생 순국 100여년만에 순국 추정지의 흙과 배우자이신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대한민국으로 모셔와 서울현충원에 부부합장묘를 만들게 되어 너무나 뜻깊다”라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유해마저 찾을 수 없었던 순국선열을 단 한분도 소홀함 없이 예우하는 일류보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순국선열을 예우하는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