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로마 신화와 문화 주제 전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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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로마 신화와 문화 주제 전시 개최
  • 서정필 기자
  • 승인 2023.06.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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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展, 6월 15일부터 2027년 5월까지 4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를 오는 6월 15일부터 2027년까지 4년 간 개최한다. 안내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박물관 내 상설전시관에 ‘고대 그리스·로마실’을 새로 만들어,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세계적 서양 고대 작품을 소장 중인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했으며, 오는 6월 15일부터 2027년 5월 30일까지 4년간 진행된다.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를 그린 킬릭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2019년부터 조성한 이집트실(2019~2022년), 세계도자실(2021~2023년), 메소포타미아실(2022년~현재)에 이어 개최하는 네 번째 세계 문명·문화 주제관 전시다. 고대 그리스·로마실을 다시 만드는 것도 역시 상설전시관에서 세계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세계문화관 연차 운영계획의 일환으로 기획됐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이 전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모두 대상으로 준비된 특별한 전시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열렸던 그리스, 로마 관련 전시는 대부분 그리스나 로마 중 한쪽에 집중해 준비됐다.

박물관 측은 “물론, 그리스를 주제로 한 전시에도 필연적으로 로마 시대 작품이 다량 포함되곤 했지만, 이번 전시는 처음부터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의 신화와 문화를 살펴보려 한다는 점에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각각 역동적인 역사와 풍요로운 문화를 가졌음에도 두 나라를 이렇게 함께 묶어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번 전시는 이러한 질문을 품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미네르바상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미네르바상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1부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를 다루었다. 여기에는 신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리스 도기와 토제 등잔, 로마 시대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 소형 청동상 등 55점을 전시한다.

중요한 신들의 권능과 관장 영역, 관련된 일화를 전시품과 영상으로 소개하는 한편으로 고대인들에게 이 같은 신화가 왜 필요했는지를 중심에 두었다. 또 그리스의 신화를 로마인들이 받아들이면서 세계에 대한 해석, 즉 세계관을 공유하게 되었음을 강조하였다. 그 밖에도 신의 모습을 아름다운 인체로 표현한 이유와 신화의 종교적 성격에 대해 알려주는 전시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여러 신들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투명OLED로 구현해 전시 효과를 높였다.

2부 ‘인간의 세상’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독자적인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적으로 서로를 도운 두 문화의 관계에 집중했다.

제우스상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가 기원전 2세기 로마에 점령당하는 역사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신화, 철학, 문학, 조형 예술은 로마에 깊이 영향을 주었다. 조형 예술에 있어서 로마는 그리스 고전기의 조각 걸작들을 수집하고 대규모로 복제해 공공장소와 개인 저택에 세워두곤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같은 로마의 그리스 애호 덕분에 그리스의 문화 요소가 로마 제국 곳곳에 전파될 수 있었고, 그리스의 원본 걸작들이 대부분 없어진 지금에도 그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됐다.

2부 공간은 초상 조각들이 주로 전시되었던 로마 시대 빌라의 모습으로 꾸몄다. 관람객들도 한가운데 차려진 연회에 초대받아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처럼 신과 죽음, 그리고 현실에 대해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참석자가 되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데스로 가는 문을 새긴 묘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3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후관을 살펴본다. 그리스·로마인들은 죽음으로 삶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 형태로 이행하거나 전환된다고 생각했고, 무덤과 장례의식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들은 산 자가 계속 기억해 준다면 망자는 영원히 산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가족뿐만 아니라 행인들이 죽은 이의 이름을 읽고 새겨진 형상을 보고 그를 기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무덤의 위치를 길에서 가깝게 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도록 호화롭게 꾸몄다. 유골함과 석관에도 글과 이미지를 새겨 죽은 이를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전시 후반부에는 다시 처음의 질문,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로 돌아온다. 신화는 한 공동체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했던 방식인 만큼, 신화의 공유는 생각과 가치의 공유로 이어졌는데 이 공통된 세계관과 사후관이 그리스와 로마의 기반이었다.

그뿐 아니라 로마는 그리스라는 자양분을 토대로 예술과 철학과 문학을 꽃피울 수 있었고, 그리스는 로마 덕분에 잊히지 않는 영원한 고대의 문화로 살아남게 됐다.

전시는 신화, 초상 미술, 장례 등의 주제를 통해 마치 이인삼각(二人三脚)처럼 얽혀 있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함께 나누고 또 따로 이루었던 예술과 문화와 역사의 장면들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봉헌 제의를 그린 암포라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가지는 다양한 분야에 아주 넓게 뻗어 있고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음악평론가, 물리학자, 패션디자이너, 사제,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사 8인의 인터뷰를 모은 영상인 “나의 원픽”을 상영한다.

영상에서는 8인의 명사가 전시품 중에서 한 점씩 골라 각자 분야의 시각으로 본 감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쉬운 해설 정보와 촉각전시물, 점자안내판도 준비됐다. 입장은 무료이며 전시 설명은 7월 1일부터 하루 3회(11:00, 13:00, 15:00)씩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