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운동 역량 재배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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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운동 역량 재배치해야
  • 김제완
  • 승인 2005.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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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장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환경운동단체에서 나온 한 활동가가 캄차카반도 앞바다의 상어떼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이 자리에서 말했다. 공해상의 환경까지 챙기다니 한국 환경운동의 관심영역이 매우 확대됐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캄차카반도에서는 우리의 동족인 고려인들 350명이 한계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쫒겨 연해주로 되돌아온 고려인들은 이번 겨울의 혹한에도 허술한 임시거주지에서 살고 있다. 이들에게 20달러만 지원하면 한가족이 한달동안 생활할 수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닿지 못하고 있다.

사람보다 동물을 그것도 고통을 당하는 자민족보다 북태평양의 생태조건을 걱정하고 있는 환경운동가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사회운동가들이 인기분야에 몰려있어 정작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분야가 소외돼 있다면 문제 아닌가. 이를 계기로 사회운동 역량이 적절히 재배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재외동포 숫자는 전세계 150여개국에 걸쳐 7백만명으로 남한인구대비 15%에 이른다. 두집 건너 한사람이 집밖에 나가서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말에 “집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은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어려운 처지의 동포들은 지원하고 능력있는 동포들과는 네트워크를 통해 만나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2003년 2월 결성된 ‘재외동포연대 추진위’는 2년동안 추진위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사실상 소멸됐다. 재외동포연대는 국내외 동포사회단체들을 결집해서 현안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2001년 11월 300만에 이르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되찾자는 모토로 결성된 단체인 ‘재외국민 참정권회복을 위한 한겨레네트워크 준비위원회’도 준비위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그 사이에 정치권이 관심을 갖게 되자 이 문제는 정치논리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나타난 동포운동단체는 수년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동북아평화연대, 지구촌동포청년연대등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700만 동포사회에서 생산되는 사회문제와 비교해보면 이들 단체들의 역량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사회문제가 있는 곳에 사회운동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동포문제에 관해서는 문제만 있고 운동이 없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는 동포들의 생활이 한계상황을 넘고 있다. 

‘어글리 코리안’이란 말도 그런 증좌중 하나이다. 외국에 살다보면 국내보다 심성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떠한 어려운 일들을 당해도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려할 때도 주위를 돌아보면 아무도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 때문에 자기보호 본능이 강해진다. 심리학적으로 자기방어기제가 발달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 원인을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주는 역할을 할 주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포신문이나 학자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나 평통같은 기구가 있지만 사정은 간단치가 않다. 이 기구들은 과거에 이른바‘불령선인’들을 한인사회에 접근 못하도록 하는 둑이나 방파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

특히 전두환정권이 만든 '해외평통'은 한때 이같은 악역을 담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한국정부는 과거 남북대결시기에 감시정책으로 동포사회를 친정부와 반정부로 나누고 분열시켰을 뿐이다.

여러 이유로 집밖에 나가 헤메야 했던 고난의 민족, 이제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바뀌고 동포정책이 바뀌는 것보다 먼저 사회운동가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동포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면 할일이 많아 행복하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oniva@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