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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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
  • 황복희 기자
  • 승인 2022.12.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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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 정책은 정책 수요자에 대해 정부가 어떤 비전과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동포사회의 오랜 숙원인 재외동포청을 신설하기로 한 시점에 재외동포 정책의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26차 재외동포포럼(이사장 조롱제)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는 이형모 재외동포연구원 이사장의 개회사, 김현동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의 축사, 조남철 아시아발전재단 상임이사의 환영사로 시작했다.

토론회에서 재외동포 전문가들은 주제토론에 앞서 “그간 딱 떨어지는 제대로 된 재외동포정책이란게 한번도 없었다”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곽승지 전 연변과기대 교수는 “재외동포 문제의 복합성과 다양성, 특수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필요에 의해 정책이 수립돼 왔다”며 “그러다보니 재외동포 정책이 제한적으로 이뤄졌고 큰 틀에서는 방치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정부가 재외동포청 설립을 공식화한 것에 대한 정치적, 정책적 함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재외동포 정책에 있어 새로운 대전략을 제대로 수립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인 기대를 한다”고 덧붙였다.
    
임채완 (사)재외동포연구원장은 “재외동포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법을 제정하며 예산을 편성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것이 재외동포 정책 부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 1999년 만들어졌으나, 법무부는 동포들의 국내 출입국과 법적지위를, 외교부는 동포들의 해외거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등 컨트롤타워 없이 지난 20여년이 흘렀다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이에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모법(母法)이자 동포들의 권익신장에 관한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법적근거로서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오랜기간 제기돼오다 지난 2020년 11월 재외동포기본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해당 법안 제7조에는 재외동포청 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5년마다 재외동포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수십 종류에 달하는 재외동포들의 복잡한 비자문제, 대선 때마다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는 재외동포들의 참정권 행사 문제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재외동포기본법이 제정이 되고 재외동포청이 설치돼 재외동포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순서이나, 재외동포청이 먼저 설치가 되면서 향후 관련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비전을 설정할지 논의하는 차원에서 이날 토론회가 기획됐다.

재외동포에 대한 일반국민의 인식

이날 ‘한국인의 재외동포 인식현황과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임채완 원장은 “전문가가 머릿속 생각으로 만드는 정책보다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 국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된 정책이라야 지속가능하고 가장 좋은 정책”이라며 “정부가 현재까지 재외동포정책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선 고려할 사항은 세계한민족공동체의 주요 구성원인 대한민국 국민이 재외동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의 문제부터 시작,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임 원장은 재외동포재단이 2007년부터 2021년까지 8차례에 걸쳐 조사·발표한 ‘재외동포에 대한 내국인 인식조사’를 기초자료로 분석, 소개했다.

해당 조사는 내국민 700~1000명 내외를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우리 국민이 재외동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임 원장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재외동포의 ‘민족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민족의식이나 역사·문화 의식 수준보다 ‘한국어 사용 수준’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외동포로 인식하는 조건에 있어선 ‘국적’이 ‘언어’ 보다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재외동포 2,3세’, ‘어릴 때 외국으로 입양돼 한국과 한국어를 잘 모르는 한인 입양인 및 그 후손’에 대해선 재외동포로 보지 않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한국어 사용 여부가 한국인의 재외동포 인식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우리 국민은 재외동포를 거주지역에 따라 차별적 시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미나 유럽 선진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재중동포인 조선족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CIS지역·고려인 동포에 대한 선호도는 조선족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조선족과 러시아·CIS·고려인 동포의 한국 내 취업과 관련해선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이들 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취업이 아닌 다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임 원장은 밝혔다.

‘재외동포의 한국사회 기여도’와 ‘대한민국 위상 변화 및 이미지 개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기여’ 등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이 현저히 높게 나왔다. 특히 역사적으로 독립운동 당시 재외동포의 기여도 평가에 있어 긍정적인 평가가 현저히 높았다.
 
정부가 재외동포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2021년 조사)은 ‘한글 및 한국문화 등 한인 정체성’, ‘거주국에서 사건 사고 등에 대한 재외국민 보호활동’ 등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왔다. 재외동포 정책 지원이 필요한 지역(2017년 조사)은 중국, 일본, 북미 등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동포의 사회 경제적 지위 강화’와 이들 지역이 ‘외교적으로 중요한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젊은 세대의 재외동포에 대한 친근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왔으며, 재외동포 역시 1세대에서 차세대로 경과할수록 모국과 거주국 간에 이중정체성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임 원장은 “오늘날의 재외동포정책은 재외동포가 중요한 민족자산이라는 인식이 수용돼 있다”며 “이를 전제로 재외동포의 거주국, 모국, 양국 간의 관계에서 한국인과 재외동포가 호혜와 상생이 가능한 재외동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번 조사분석을 통해 재외동포 정책 사업을 고도화시키고, 국민과 재외동포가 상호 이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국민정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현장조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가 열렸다.

귀환동포 지원정책과 이에 대한 국민인식은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귀환동포 지원정책에 관한 국민인식과 정책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재외동포 정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공감하고 수용해야 하므로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먼저 정확하게 판단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제시했다.

윤 교수는 “재외동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시기적으로 변화해 왔다”며 “과거에는 재외동포가 우리 민족이고 또 독립운동의 후손으로 보는 온정주의와 함께 해외의 인적 자산이라는 실용적 인식을 갖고 있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했으나, 지금은 긍정적 인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냉담주의 내지는 혐오와 차별이 공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데, 이는 한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중국동포에게 전이되는 특징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 국민은 동포에 대해 애증이 공존하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동포이며 민족자산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때만 동포로 행사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이의 실례로 복수국적 및 병역 문제 등에 대한 재외동포의 이중적 자세를 들었다.

윤 교수는 “사실 많은 국민들은 재외동포에 대해 잘 모르며 관심도 없고 알더라도 정보가 상당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라며 “2011년 국적법 개정에 따라 65세 이상 외국국적 재외동포가 한국국적을 취득해 복수국적을 가질 수 있게 됐는데, 이런 복수국적제도에 대해 알고 있는 일반 국민 비율은 30.8%에 그친다”고 밝혔다.
 
2019년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국리서치)에 따르면, 복수국적 재외동포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과 동등한 권리와 복지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43.9%가 반대의사를 나타냈고 찬성의사는 23.1%에 불과했다. 또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는 응답이 33%였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한국은 현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들의 사회복지비용에 대한 우려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65세 이상 재외동포가 귀환하는 것에 일반국민의 인식은 우호적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보건복지부 기초노령연금제도에 근거해 만 65세 이상으로 한국국적을 가지고 국내 거주를 하는 자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응답자의 87.6%는 이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답했으며 73.4%는 이에 반대했다.

또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내거소신고를 한 외국국적동포는 90일 이상 대한민국 체류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5.4%는 모르고 있다고 답했으며, 53.9%는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로 인해 의료보험료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65세 이상 재외동포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의료비 전액을 본인부담하게 해야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강했다.

대학입시 과정의 재외국민 특별전형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응답자가 41.8%, 모르는 응답자 58.2%로 상대적으로 제도에 대해 인지도가 높았으나 찬성 12.1%, 반대 60%일 정도로 일반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특히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병역의무와 관련해 일반국민은 상당히 강경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은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 또는 상실한 외국국적동포에 대해 병역의무 종료 연령인 40세까지 재외동포체류자걱(F-4)을 불허하며 국내 입국과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37.1%가 ‘영구적으로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강경한 견해를 나타냈고, 22.5%는 50세로, 7.2%는 4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대로 40세로 해야한다는 의견은 19.4%에 불과했다.

윤 교수는 내국인과 재외동포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재외동포 지원정책으로 ‘재외동포를 배려하고 보호하면서도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들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귀환동포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한 이후에는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므로 처음에 한국국적을 부여할 때 일반 외국인과 동등한 기준을 적용할 것 ▲복수국적 신청 자격요건으로 국내 거주 연수(年數)를 명확하게 제시할 것 ▲귀환동포의 의료서비스 혜택의 조건과 범위에 대한 보다 엄밀한 실태조사와 합리적 방안 마련 ▲젊은 재외동포의 국내입국과 사회경제적 활동을 촉진할 방안 고려 ▲재외국민 특별전형제도에 있어 해외체류 기간과 같은 지원 자격요건 강화 및 대학수학능력 검증을 위한 보다 엄격한 선발제도 개발 등을 제언했다.

재외동포 정책과 다문화 정책의 관계성

재외동포 정책과 다문화 정책을 뭉뚱그려 정책을 만들 것인지, 분리할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곽승지 전 연변과기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재외동포정책과 다문화정책이 분리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조선족이나 고려인 동포들의 경우 재외동포임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정책의 언저리에서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봐야할 재외동포가 전체 재외동포의 절반에 가까운데 단순히 일회적인 또는 시혜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해 온 결과,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사회가 재일동포나 조선족 동포에 편견을 갖게 된 데에는 정책적 요인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내국인과 재외동포 간, 또는 재외동포끼리의 제도적 내지는 인식의 차별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임채완 재외동포연구원장은 세계한인평화공동체 개념을 밝혔다. 임 원장은 “이미 한국에 조선족이나 고려인 100만명, 결혼 이주자 26만명, 외국인노동자 50만~60만명이 있다”며 “코리안 또는 민족공동체라고 하기에는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이들 다문화를 포괄하는 적절한 표현이 ‘한인’이다”며 “넓게는 북한까지 아우른 세계한인평화공동체의 기준 하에서 정책이 나오고 기본법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에선 이진영 교수(인하대)가 ‘재외동포 공공외교정책의 현황과 방향’, 오정은 교수(한성대)가 ‘대한민국 복수국적 대상자 확대의 예상 파급효과 분석’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또 황상석 장보고한상명예전당 관장, 리단 부경대 교수, 강광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대표(제1부 ‘국민과 재외동포’), 조롱제 재외동포포럼 이사장(제2부 ‘국적과 외교’)이 사회를 맡았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6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정책의 비전 개발’ 토론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