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름이 바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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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이름이 바뀌는 사람들
  • 김제완
  • 승인 2005.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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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추방당하고 재입국위해
이민사회에서 생활하다보면 여권이름이 특이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김씨 이씨 장씨가 각각 Khim Liee Tchang등으로 표기돼 있다. 이 이름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여권 소지자의 지난한 과거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몇년전 한 미주동포가 펴낸 책의 제목이 <아내와 바꾼 영주권>이었다. 이 책은 재외동포들이 체류비자와 관련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민가면서 영주권을 받고 나가는 사람들은 별문제이다. 그러나 유학생으로 체류하다가 상업활동이 가능한 비자로 전환하는 경우 또는 회사 주재원으로 체류하다가 영주권을 얻으려하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같은 신분변환이 해당국 담당관서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거의 조건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곧 바로 추방령을 받게 된다. 특히 유럽과 같이 이민제도가 없는 나라에서는 이같은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이보다도 더 많이 발견되는 사례는 불법체류자로 거주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거나 노동허가가 없는 유학생이 불법노동하다가 단속을 받고 추방령을 받는 경우일 것이다.

이런 이유등으로 추방명령서를 받아들면 당사자와 가족들은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추방명령서의 뒷장에는 빨간글자로 어느 날짜까지 이 땅을 떠나라고 명기돼 있다. 구명절차를 알리는 안내문도 있지만 일단 떠난뒤에 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처지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정식 재판을 통해 구명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변호사 선임등 절차와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가장 쉬운 선택으로 알려진 것이 한국에 돌아가서 여권을 새로 만들어 돌아오는 방법이다.

여권 분실 신고를 하고 재발급받으면서 이름을 위와 같이 조금씩 바꾸는 것이다. 알파벳의 한자라도 바뀌면 외국의 이민담당부서의 컴퓨터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기때문이다. 일종의 이름 세탁이다.

지난 2월10일 외교부가 여권 발급업무를 담당하는 27개 지방자치단체에 여권 재발급시 심사강화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같은 불법입국 시도를 막기 위해서란다. 최근들어 이같은 관행이 늘어나자 좌시할 수 없다고 보고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게 이민자들의 사정을 헤아려달라고 요구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래저래 불안한 신분의 이민자들의 고단함이 더늘어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