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위’와 ‘조선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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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위’와 ‘조선며느리’
  • 홍건영
  • 승인 2005.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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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제 짝을 구하지 못한 농촌 노총각들이 재중동포 여성이나 동남아 여성을 맞아들여 가정을 이루곤 한다. 그럼 그 많은 ‘한국사위’를 얻은 재중동포사회는 사정이 어떨까?


중국의 개혁 개방에다 연이어 거세게 불기 시작한 코리안 드림 열풍은 젊은 동포 여성들의 거대한 공동체 엑소더스 행렬을 형성하였다. 특히 농촌마을은 아이들 소리가 끊기고 노총각과 노인들의 신세한탄 소리만 새어나오고 있으며, 문을 닫는 학교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00년의 중국 인구 조사에 따르면 재중동포의 수는 약 192만 명이었다. 하지만 호구(호적)만 중국에 두고 실제로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기약 없는 객지생활을 하는 30만 명이 넘는 수를 빼면 실제 중국에 남아있는 수는 훨씬 줄어든다.


그 가운데 6만 명이 넘는 가임 여성이 한중수교 이후 섭외혼인(국제결혼)을 하여 한국으로 왔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가정이 한 자녀만을 갖는 풍조를 감안하면, 재중동포 사회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것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명백하다.


젊은 여성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울 만큼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재중동포 사회에서는 새로운 민족간 짝짓기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탈북여성들이 농촌의 재중동포 남성들과 은밀히 가정을 이루어 ‘조선며느리’가 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집안에 ‘한국 사위’와 ‘조선 며느리’가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한국사위’와 ‘조선며느리’ 현상을 보면서 재중동포사회의 아픔과 함께 그 소중한 고유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물론 보다 나은 삶을 찾아 한국으로 시집오는 재중동포 여성들을 비난해선 안 된다. 하지만 그러한 개인의 실존 배후에 놓여있는 민족의 고달픈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좀 심하게 말해서 재중동포사회가 공동체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부녀자 약탈’을 당하고 있는 것은 주로 한국보다 못 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같은 성격의 이유로 재중동포사회가 두만강을 건너는 탈북여성들을 받아주고 보듬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 모든 일은 같은 민족이면서도 아직은 이념 때문에 서로 제 피붙이처럼 돌보며 살 수 없고, 민족보다 경제가 우선인 현실 탓이다.


재중동포사회는 ‘한국사위’와 ‘조선며느리’를 통해 분단 현실에서 비롯된 개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그 자신이 고국과 수십 년간 단절되었던 혈연적인 유대를 회복하면서 전체 민족을 한 집안으로 회복시켜주고 있다.


hkyy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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