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개방과 투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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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개방과 투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한겨레
  • 승인 200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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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편집 2004.07.07(수) 17:17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외교부 때리기’가 또 시작되었다. 최근 외교부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증폭되면서, 외교부의 불만과 반발도 들끓고 있다. 외교부의 위기는 한국 외교의 위기다. 더 늦기 전에 ‘외교부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외교부 문제의 본질을 폐쇄성과 투자 부족에서 찾고자 한다.

우선 개방성 문제부터 살펴보자. 21세기형 행정조직은 개방을 표방한다. 세계적 추세는 행정혁신의 준칙으로서 개방성, 투명성, 참여성, 신뢰성, 효율성, 민주성, 접근성, 책임감 등을 내세운다. 이 중에서도 개방은 정부 혁신의 수단이며 목표로, 핵심 가치가 된다. 개방은 국민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국민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게 한다. 그런데 외교부는 이러한 혁신과 개방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외교부의 자기 폐쇄적 성향은 불필요한 오해와 의심을 불러일으켜 외교부에 대한 정당한 평가마저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향을 바로잡을 몇몇 방안을 제시한다.

<외교와 안보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다소 여유있게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관행이다. 한국과 비슷한 국력과 안보환경을 지닌 나라들에 비해 우리의 외교조직은 빈약하다 냉전시대의 ‘외교안보 무임승차’의식에서 벗어나야한다.>
 
첫째, 외교부 고위직의 개방이다. 정부 안팎을 막론하고 고위직은 내부의 치열한 경쟁과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택된 소수가 차지하여 조직을 이끈다. 외교부에는 고위직이 매우 많고, 또 외부와의 경쟁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에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대사직의 30% 개방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고위직 개방은 투명성과 참여성을 확보하고, 한국 외교의 경쟁력 강화와 외교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게 할 것이다.

둘째, 개방문화가 도입되어야 한다. 제도개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재외공관 주재관 경력자가 외교부에 더욱 냉소적이거나, 외교부의 개방직에 왜 전문가들이 응모를 꺼리는지 헤아려야 한다. 기구 내부 차원의 개방도 필요하다. 정무업무, 구미지역에 대한 가치 편중은 재외국민과 재외동포 업무, 그리고 비인기 지역 업무를 경시하는 풍토를 낳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 업무를 완전히 분리시키거나, 재외국민 영사보호 직종을 분리하는 등 조처가 필요하다.

셋째, 국민과의 대화와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외교부가 외교와 정책을 독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세계화와 개방의 시대에 외교의 ‘특수성’ 논리는 더 통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조처를 보완하기 위해서 행정적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각 부처는 경쟁적으로 민간부문의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하여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 업무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고, 전제 공관적 재정운영 방법 도입도 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부 혁신으로는 ‘외교부 문제’의 일부만 해결될 뿐이다. 외교부의 심각한 인적, 물적 자원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 조처가 필요하다. 탈냉전 시대로 접어들면서 외교 지평이 대폭 확대된 데 이어, 세계질서 격변기를 맞이하여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외교정책이 긴요하게 되었다. 외교와 정책업무가 냉전시대에 비해 양적으로 질적으로 폭증하였다. 재외국민과 재외동포 사회의 급격한 팽창으로 대민 업무 수요도 급증하였다.

반면, 외교부의 조직과 예산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외교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작은 사건만 발생에도 기구 전체가 충격받게 된다. 원래 외교와 안보는 보험과 같아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다소 여유있게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관행이다. 한국과 비슷한 국력과 안보환경을 지닌 나라들에 비해 우리의 외교 조직은 턱없이 빈약한 것이 그 증거다.

국민 모두 냉전시대의 ‘외교안보 무임승차’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를 또 잃을 때까지 외양간 고치기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 최근 국내 한 자동차회사가 미래에 대비하여 몇 해 안에 연구개발 인력을 1만명까지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외교분야 연구개발 인력이 이 회사의 1%도 되지 않는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전봉근/정치학박사, 전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