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9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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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9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를 마치고
  • 최경하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장
  • 승인 2021.11.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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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하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장
최경하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장

올해는 유달리 구름에 해가 숨겨지고 마치 눈이나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의 날이 참 많았다. 서머타임이 해제된 탓도 있었겠지만..

2020년 3월 공식 발표된 코로나 팬데믹은 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 일상의 평범함이 더이상 작동이 안되고 코로나 방역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만이 기준이 되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작년, 그러니까 2020년 3월부터 준비했던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는 결국 그해 12월 130여명이 부르는 ‘걱정 말아요 그대’ 버츄얼콰이어로 대처해 유튜브 영상으로 올려 약 1만여명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021년 들어오면서 백신 보급률이 높아져 ‘아 이제는 예전처럼 대면으로 제9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를 개최할 수 있겠구나’ 해서 또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11월 20일 음악회를 앞두고 독일은 사상 최고치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를 기록했고, 음악회 하루 전날 아침까지도 행사를 연기해야 하나 무척 고심했다. 

드디어 음악회 당일 현장 밖에서는 한국에서 온 밴드 ‘레이지본’이 약 3~4백명의 인파에 둘러싸여 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통일부가 주최한 통일로가요제에서 지난 9월 우승하고 독일 거리공연과 라이프치히 통일희망 음악회 무대에 서기 위해 독일에 온 팀이다.

라이프치히 시민들과 한인들이 야외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와 거리두기를 지킨 가운데 박수치며 그들의 공연에 힘을 실어주었고, 지나가던 독일인들도 한국의 밴드라고 신기해하며 호응하는 모습에서 이미 제9회 통일희망 음악회의 열기는 후끈 달아오른 상태였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이 음악회를 보기 위해 정말 다양한 분들이 여러 곳에서 찾아주셨다. 조현옥 주독일한국대사를 비롯해 이번 음악회의 공동 주최자인 주독일한국문화원의 이봉기 문화원장, 유제헌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 박선유 재독한인총연합회장, 민주평통 베를린지역 자문위원들, 두 팀의 통일부 사절단까지 라이프치히를 비롯해 켐니츠,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비스바덴, 뒤셀도르프 등에서 한 걸음에 달려와 주셨다.  

이날 음악회는 2G 코로나 규정(백신접종 완료자, 완치자)에 따른 사전 자리 예약제로 가족이 아닌 경우 자리를 비워둔 채 거리를 유지하며 운영됐다.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고요함 속에 윤태규가 편곡한 피아노 4중주 ‘쉰들러 리스트’ 테마곡은 그 애절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코로나로 메마르고 위축됐던 마음을 열어놓았다.

피아니스트 정혜진, 바이올리니스트 김경지, 첼리스트 김지영, 비올리스트 황정선의 열정적인 첫 번째 무대는 그동안의 준비과정과 코로나로 인해 움츠려 있던 많은 이들에게 시작을 알리는 감동적인 연주였다.

이어진 조현옥 대사와 박선유 회장, 유제헌 회장의 격려와 축하 인사말, 그리고 Herr Schefke씨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1989년 평화촛불혁명의 촬영 이야기 후, 본격적으로 음악회는 시작됐고 필자의 진행과 함께 동시통역으로 민주평통 유럽 최연소 자문위원 최한나 씨가 수고했다. 

테너 장진영의 한국 가곡 ‘시간에 기대어’는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듯 아름다운 목소리에 매료될 수 있었고, 이어진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의 도주’에 나오는 아리아 ‘Frisch zum Kampfe’는 화려하고 멋진 고음으로 연주홀 전체를 울리는 시원한 목소리를 선사했다.

다음으로 메조소프라노 엘쉬비에타 랍스는 통일 전 동독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후 이곳 라이프치히 땅에 이주해 정착할 때까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국가곡 ‘얼굴’을 노래해, 친구들의 나라 대한민국이 독일처럼 하루빨리 평화 통일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남성 4중창 최헌영, 김신재, 장진영, 서광민 그리고 피아노 정택영까지 그들이 뿜어낸 4인4색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어떻게 하모니로 어우러지는지를 보여준 ‘You Raise Me Up’과 ‘선한 능력’(Von guten Mächten)은 연주회가 끝난 후 몇몇 독일인들이 찾아와 나중에 음악회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느냐, 남성4중창팀 것만이라도 개인적으로 영상을 보내줄 수 있냐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당초 클래식과 인디 밴드와의 무대조합이 될까? 염려했던 한국에서 온 밴드 레이지본 팀은 완벽한 무대 매너로 ‘옥류관’이란 자작곡을 선사해주었다. 이 곡은 중국의 어느 북한식당에서 북한 친구들과의 짧은 조우를 표현한 곡이다. 우린 같은 한민족인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런 말도 주고받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어색한 것인가, 하루 속히 한반도 땅에 평화와 통일이 와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내용의 노래였다.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한국전통의 아름다운 자태와 색상 그리고 우아함이 돋보인 4명의 한복쇼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맨처음에는 발걸음과 손짓조차도 어색했던 한복쇼의 최사라, 이지혜, Pansa, Repovs는 전광숙 선생님이 한국에서 한땀 한땀 정성스레 만들어 보내주신 한복을 입고 그 한걸음 한걸음이 마치 구름 위를 걸어가듯 한국전통의 색상과 자태를 표현했다. 

평소에 자주 들었던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외국친구가 부르면 어떻게 표현될까?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을 때 친구인 Conny에게 제안하자 그가 보인 첫 반응은 ‘나 사실 한국과 한국음악 너무 좋아했어’였다. 이렇듯 한류와 K-팝은 이미 이곳에도 깊숙이 자리 잡았고, 우리의 한류와 K-팝을 배우고 접하기 위해 언젠가는 이들이 한국을 찾아 그 진수를 접하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한다.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베이스 장세종은 라이프치히오페라단에서 베이스 주역가수로, 소프라노 송은정은 하노버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독일에서 잘나가는 성악가 부부이다. 송은정은 한국가곡 ‘추억’이란 곡과 프랑스오페라 아리아 ‘il est doux, il est bon’으로 멋진 무대를 장식했고, 베이스 장세종은 돈 죠반니에 나오는 아리아  ‘Madamina,il catalogo...’는 모차르트의 작품으로서 최고의 베이스가수가 갖추어야 할 성악적인 모든 테크닉을 보여줬다.

이어진 ‘신고산타령’은 예로부터 전해내려 오는 것을 악보화한 한국가곡인데 첫 반주부터 첫음절이 터져나올 때 이미 ‘와! 이것은 우리의 것이네’하며 자동적으로 반응이 되는 추임새와 8분의6박자 잦은 타령 장단은 우리 모두의 어깨를 들썩이고도 남았다. 

마지막 곡으로는 작곡가 윤태규가 편곡한 ‘대니보이와 아리랑’을 바이올리니스트 이주휘가 관객 속에서부터 연주를 시작한 작은 오케스트라 구성으로 피아노 정혜진, 현악기에 김경지, 황정선, 김유겸, 김지영, Frederike, 박대규 등이 연주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오 대니보이’의 그 간절하고 애타는 멜로디가 아리랑과 매치됐을 때 나오는 감성의 표현은 어느 대형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보다 매력적이고 정교함이 우리의 귀와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관객과 전 출연자들이 함께 부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멜로디는 다시 한 번 독일 라이프치히 땅과 하늘을 울려 한반도 땅에 전해져 평화와 통일로 메아리쳐 돌아오길 희망해 본다.

내년에는 ‘제10회 통일희망 음악회’가 아닌 ‘제1회 한반도 평화통일 기념 음악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음악회를 위해 함께 해주신 모든 연주자, 스텝, 찾아주신 관객들 그리고 음악회가 열릴 수 있도록 공동 주최해 주신 주독일한국문화원, 후원해주신 기업과 모든 개인 후원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지난 11월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한 연주홀에서 라이프치히한인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통일 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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