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韓人 멕시코 이민 직후 사진 최초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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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韓人 멕시코 이민 직후 사진 최초 입수
  • 연합뉴스
  • 승인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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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멕시코 유카탄州>=연합뉴스

입력 : 2005.01.09 11:29 23' / 수정 : 2005.01.09 13:57 03'


올해로 한인들의 멕시코이민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1905년 5월12일 멕시코 도착 직후 유카탄 반도 에네켄농장에서 일하던 한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이 9일 연합뉴스에 의해 최초입수돼 공개됐다.
‘한인 노동자(Trabajadores coreanos)’란 제목이 붙은 이 사진은 이민 생활이막 시작된 1905∼1907년 당시 같은 에네켄 농장에 일하던 한인 19명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 주고 있다.

   
▲ ▲ 한인들의 멕시코 이민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1905년 5월12일 멕시코 도착 직후 유카탄 에네켄 농장에서 일하던 한인 이민 1세대들의 기념촬영 사진이 9일 최초 입수돼 공개됐다./연합

특히 사진에는 한복 형태의 옷이 그대로 남아 있고 또한 최소한 2명의 이민 1세대가 짚신을 신고 있는 점으로 미뤄 촬영 시점이 멕시코 도착후 길어야 2년을 넘지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입수된 멕시코 이민 한인 사진들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네켄 농장에서의 작업 도중 시간을 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은 7∼8세정도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 1명과 10대 초반의 소년 5∼6명이 포함돼 당시 한인 이민자들이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 계층으로 이뤄졌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인 1천33명은 1905년 4월4일 영국 상선 일포드 호에 몸을 싣고 제물포항을 출발했으며, 멕시코 도착후 곧바로 메리다 지역 에네켄 농장에서 4년간의 계약노동에처하게 된다.

‘한국인 멕시코 이민사’를 집필한 재미 극작가 이자경(李慈慶) 씨를 비롯해 국내의 몇몇 학자들과 언론사들이 그 동안 초기 이민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다수입수했지만, 이민온 지 15년이 넘는 1920년대 이후 촬영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사진은 한인 1천여명이 멕시코 땅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한 남부 멕시코만연안 유카탄주(州) 주도인 메리다시(市) 소재 유명 출판사 ‘에디토리알 단테’가 최근 메리다 지역 에네켄 농장 역사를 담아 펴낸 사진집에 실려 있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메리다 지역경제의 중심을 차지했던 에네켄(Henequen)은 용설란의 일종으로 초록색 잎의 껍질을 벗겨낼 때 나오는 강하고 탄력 있는 섬유질을포함하고 있어 선박용 로프와 그물침대인 ‘아마카’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이민 1세대들은 모두 ‘어저귀’라고 부른 이 에네켄 잎을 잘라 모으는 일(펭카)을 했다.

한편 현재 6세대까지 내려오고 있는 한인 후손들은 멕시코 전역에서 최소한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에네켄 농장 이민 생활이 시작된 메리다 일대에는 멕시코 도착 3개월뒤 태어난 한인 2세대로 후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고흥룡(高興龍.아순시온 코로나 김.

100세) 옹을 비롯한 후손 약 5천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또 이민 1세대들이 멕시코의 다른 지역으로 생활기반을 확대하면서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미국 접경지대 티후아나, 베라크루스 등에도 많은 후손들이 살고 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대사 조규형)은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작년부터 메리다 일대에서 대규모 100주년 사업을 벌이며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현재의 한국ㆍ멕시코 관계를 진일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메리다 교외 지역에 한ㆍ멕시코 우정병원 건립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며 과거 이민 1세대들의 한인회관 복원 및 기념비 건립 등의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6일 메리다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의원 등 국회 운영위 소속의원 4명은 파트리시오 파트론 유카탄주 주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100주년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한인 후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메리다에서는 내달 22∼27일 한국 주간 선포와 함께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등 한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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