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베이비시터' 노인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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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베이비시터' 노인 는다
  • Peter
  • 승인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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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키우는 일은 창살없는 감옥'

여생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신세대 한인노인들이 늘면서 손주 봐주는 할머니 베이비시터도 이젠 옛말이 됐다.

아내가 베이비시터를 자청했지만 이를 적극 말렸다는 박기창(76.LA)씨는 "요즘은 장가갈 때 애 봐줄 시어머니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세태"라며 "아내가 손주들 보고 싶다고 자식들 집에 가자고 하지만 한번 가면 손주들한테 잡혀 못올라오는게 예사라 발걸음을 잘 안한다"고 말한다.

아예 결혼 후 자녀들에게 베이비시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할머니들도 있다.

임정숙(64.LA)씨는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10명 중 7명은 손주들을 안 봐준다"며 "특히 첫 손주를 봐주기 시작하면 다른 자식들 손주도 봐줘야 돼 아예 결혼 후 자식들 모두에게 손주는 안보겠다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한인가정상담소(소장 피터 장)에 따르면 최근 1~2년새 손자.손녀 봐주는 문제로 고부간.부모 자녀간 갈등이나 육체적 피곤함을 호소하는 노인 상담건수가 30%이상 늘었다.

피터 장 소장은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손주 봐주는 문제로 상담을 해오는 케이스는 전무했다"며 "그러나 요즘은 노인들도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즐기려하면서 손자.손녀 양육문제 상담이 30%나 늘만큼 본격적인 한인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 신세대 한인노인들은 "애 봐주는 것은 창살 없는 감옥"이라며 "그렇다고 자식들이 그 공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남은 인생은 자신이 알아서 즐길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50~60대의 경우 아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다 더 늙기 전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운동과 여가활동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LA한인타운 댄스 교실과 스포츠센터 등에는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가 많은 50~60대가 주를 이룬다.

타운의 한 댄스교실측에 따르면 "강습생의 50%이상이 50~60대"라며 "이들은 자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바쁜 이민생활에 자식들을 위해 손주들을 봐주는 할머니들도 적지 않다.

슬하에 1남5녀의 손주 12명을 직접 키웠다는 박금주(79.LA)씨는 "자식들이 맞벌이로 바쁘다 보면 손주 봐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덕분에 아이들이 잘 자라고 커서도 할머니를 따르는 것을 보면 그 보람은 댄스교실에서 보낸 것보다 천만배는 더 값진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주현 기자
 
지면날짜 :2005. 01. 19   

발췌: 미주중앙 http://la.joongangusa.com/asp/article.asp?sv=la&src=metr&cont=metr01&typ=1&aid=200501182044402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