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깊은 멕시코 이민 1백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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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깊은 멕시코 이민 1백주년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5.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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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민족의 멕시코 이주 백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말시기 ‘묵서가(墨西哥)’라 불렸던 멕시코에 노예로 팔려가 모진 고난과 수모를 겪으며 망향의 세월을 살아온 지 백년이 됐다.


멕시코의 한인 이민은 ‘노예, 고향, 눈물’ 이 세 가지 말로써 함축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초기 이민에서 가난의 고통과 망국의 서러움에 모대기지 않은 경우가 어디 있으랴마는 멕시코로 간 한인들은 망각의 운명까지 겪어야 했다.


1905년 멕시코 유카탄 땅을 처음 밟은 1,033명의 한인 선조들은 에네켄(우리에게는 흩흔히 “애니깽”으로 불린다) 농장에서 혹서의 태양아래 노예처럼 일하다 그리운 조국의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죽어갔으며, 그 후손들의 삶 역시 지금껏 고국으로부터 거의 잊혀져왔다. 고국은 자신을 잊어도 자신은 결코 고국을 잊을 수 없는 것이 한인 이민들의 공통된 심정이고, 운명이었다.


멕시코의 한인들은 이민 초기 가는 곳마다 한글학교를 세워 2세들에게 모국어와 민족의식을 가르쳤고, 1910년 한일합방 소식을 접하자 구광무군 출신의 대한인국민회 지부 간부들이 주축이 되어 무력을 길러 조국을 해방할 목적에서 숭무학교(崇武學校)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국치일, 국민회 창립일, 8·15해방 등 각종 민족 관계 기념식을 매년 거행했고, 국민회에 납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는가 하면 상해와 중경의 임시정부로 독립성금을 보내는 일에도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 뿐만 아니라 8·15해방과 한국전쟁 이후에도 조국의 난민을 돕기 위해 얼마간의 구제금까지 보낸 그들이었다.


이처럼 애절한 망향의 멕시코 이민사이지만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었다. 학계 역시 무관심으로 일관했는데, 특히 해외 광복운동사 연구에서 아예 도외시해버린 잘못을 저질렀다.


현재 멕시코 한인사회의 문제도 만만찮다. 멕시코 이민은 이주 대상국이 모국과 지리적, 문화적 거리가 현격하게 떨어진 신대륙이어서 이민 후예들의 모국어상실과 현지 동화, 혼혈률이 여타의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그들이 내팽개쳐진 존재가 아니고 진정으로 우리의 일부로 간주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든 아니든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버려졌던 초기 멕시코 한인 이민의 역사를 우리 민족사의 한 장으로 온전히 받아들여 제자리에 갖다 놓는 일이다.


그리고 수반되는 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적절한 지원정책을 세워 그들이 한국의 전통 문화, 역사 등을 새롭게 접하고, 익히고 그 가치를 그들 자신들 내부에서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해 그들이 한민족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멕시코 이민 백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정부 관련 부서와 현지 한인회가 협력하여 기념행사를 잘 치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