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총련계 학생의 연대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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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총련계 학생의 연대 입학
  • 강성봉
  • 승인 2005.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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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조선’적을 유지한 채 조선학교를 나온 재일동포로서는 처음으로 국내대학 입학이 허가된 황모군의 아버지 황광의씨를 만났다. 황광의씨는 연세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차 입국한 황군의 보호자 자격으로 동반 입국한 상태였다.

   
▲ 강성봉 편집 위원장

자식을 먼 곳으로 유학 보내는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황광의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황군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내 자식이 안전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고국에서 마음껏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자식의 아버지로서 황씨의 바람은 소박한 것이었다.

황군의 연대 입학은 재외동포교육사에서 획기적인 일일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지닌 일로서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한다.

먼저 우리 사회의 재일동포, 그 중에서도 총련계 재일동포에 대한 포용력 문제다.

일본의 국립대학교는 2002년도부터 우리말로 수업을 진행하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총련계 조선학교 출신 학생들에 대해 입학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국인 대한민국은 2005학년도가 돼서야 처음으로 총련계 학생 단 한명의 입학을 허가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민족 제 동포도 끌어안지 못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민족교육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재일동포들이 자식을 조선학교에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식을 일본사람으로 키우기 싫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은 재일동포는 대략 65만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3분의 1정도가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이들 대부분은 조선학교 출신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적을 유지하는 재일동포의 상당수는 한반도의 남쪽만을 대표하는 한국국적을 취득한다는 것은 통일된 조국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의 조국은 동강난 반도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통일된 하나의 조국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온갖 어려움을 겪을지 알면서도 ‘조선’적을 유지한 채 자식을 한국으로 보내는 이유를 묻자 황광의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황군의 입학 허가는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간주되는 교육계의 냉전적 사고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표로 보인다.

황군의 입학이 고국에 와서 민족교육을 받고자 원하는 모든 동포 자녀들에게 어떤 제약도 없이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