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한국형 불법 성매매 업소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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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한국형 불법 성매매 업소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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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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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여인', "한국인이 러시아 여성을 한국인에 성매매하는 추악한 행위"
김삼권 기자

지난 달 말 모스크바에서 유학중인 정윤미(가명) 씨는 미디어참세상을 방문, 모스크바 한인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매매 관련 실태를 고발했다. '러시아·여성·인권'(러여인) 회원이라고 밝힌 정윤미 씨는 러시아에서의 성매매가 여성 인권을 유린하는 것으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며 고발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정윤미 씨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지역에는 한국인 업주가 러시아 여성을 고용하고,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한국형 불법 성매매 업소(가라오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업소들은 현지 경찰과 결탁해 러시아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마피아의 비호아래 공공연한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다. 한인 업주들의 이와 같은 행태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러시아 내 한국 교민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여인이 보내온 성매매 업소 출구 사진1

일부 한인 업주들이 교민 사회 전체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한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러시아·여성·인권'(러여인)이란 단체가 발족했다. 러여인은 한국식 가라오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성매매를 반대하고, 러여인이란 이름대로 러시아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러여인은 "우리가 당해 온 약소국의 한 맺힌 역사를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에 되풀이하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 막아야 한다"며 활동 배경을 밝혔다.

러여인에 따르면 현재 모스크바 지역에는 한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라오케가 9개 이상 존재하고, 그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러여인은 "모스크바 이외에도 사할린, 블라디보스톡 등 러시아 내 다른 지역과 구 소련 독립국가들(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지에도 이미 성매매 업소가 활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윤미 씨는 "한인 업주들에 의한 성매매 영업은 현지 한인 소유 호텔, 한인 소유 여행사와 공조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성매매 업소의 주 이용객은 현지 지상사 직원, 공관 직원, 한국 관광객들"이라고 말했다. 또 "각 업소에는 40여 명의 여성들이 고용되어 있고, 이들 중 약 80%는 러시아 여성이며, 나머지가 고려인"이라고 전했다.

러여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의 사회경제적인 혼란과 법 제도의 미비함을 틈타 성행하고 있는 한국인들에 의한 성매매 영업은 그동안 토착 고려인들이 형성해 놓았던 한인 사회의 긍정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라며 "한국 남성들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성매매를 위해 현지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외국인(한국인)이 직접 현지 여성을 고용하고 자국민(한국인)을 대상으로 현지 여성들을 착취하는 성매매업은 그 어떤 나라 국민들도 하지 않는 추악한 행태"라며 한인 성매매 업주들을 비판했다.

"한국인 성매매, 국제적으로 망신당하게 될 것"

현재 러시아는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윤미 씨는 "러시아 당국에서도 이미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성매매 업소를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인 업주들에 의한 불법 성매매 영업이 계속될 시에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올 6월 러시아 공영방송(채널 '러시아')은 한인업소의 불법 영업 실태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

그간 러여인은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한인 업소의 불법 성매매 실태를 현지 교민들에게 알려내는 활동을 진행해 왔다. 러여인 회원 7명은 6월 12일 한민족 대회 때에 이어 7월 11일 일요일 오전 11시, 아까제미체스까야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닌다는 장로교회 앞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려 했으나, 동포신문 기자와 대사관 법무관의 만류로 진행하지는 못했다. 또한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출해 불법 성매매업 근절 대책을 요구해왔다.

주러 한국대사관 영사과는 청와대 민원에 대한 답변서에서 "한인 유흥업소가 성매매를 알선하고 여종업원의 인권을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며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업소 내 불법 영업행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영사과는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 유흥업소 내 '쪽방' 등이 이미 제거되었으며 접대부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러여인은 "안타깝게도 '쪽방'이 사라진 것 외에는 아무런 개선사항이 없다"며 "최근에는 가라오케는 물론이고 심지어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광고하는 업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러 한국대사관, "한인 성매매 업소 폐쇄에 개입하지 않겠다"
한인회 회장, "성매매에 소비되는 외화를 왜 러시아 인들에게 주느냐"

러여인이 보내온 성매매 업소 출구 사진2

러여인은 계도 조치 등의 소극적 대응이 아닌 한인 성매매 업소 폐쇄를 주러 한국대사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러 한국대사관은 한인 성매매 업소와 관련해 적극적인 개입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7월 23일 러여인의 요청에 의해 주러 한국대사관 총영사 및 법무관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대사관 측 법무관은 러여인의 활동에 대해 "러시아 정부에 의해 정치 활동으로 규정되어 추방 혹은 입국 금지 조치를 당할 수 있다"며 "그와 같은 일이 발생 시에 대사관은 (러여인을) 보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대사관 측은 한인 성매매 업소에 대해 "한국인들이 운영하고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하더라도 형식상 러시아인(마피아)의 명의로 되어있어 폐쇄를 현지 당국에 요청할 경우 외교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성매매 업소 폐쇄에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모스크바 한인회 회장은 러여인과의 면담에서 "기왕 없어지지 않을 성매매라면 안전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을 목적으로 오는 관광객, 출장객, 그리고 성매매 업소를 찾는 교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성매매를 하기 위해 드는 그 많은 외화를 왜 러시아 인들에게 주느냐"며 "그 돈을 차라리 한국사람들이 벌어 들이는게 낫다"며 성매매 업소 유지 입장을 밝혔다.

정윤미 씨는 "러여인 활동을 통해 향후 러시아 내 성매매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기업문화, 접대 문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접대비가 무한정 나오는 것을 이용해 외국에서의 성매매에 열을 올리고, 성매매가 포함된 접대가 없으면 사업이 안 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러시아 내 성매매 반대 활동과 함께 왜곡된 형태의 접대문화를 바꿔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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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08월05일 15:53:47